농다리와 초평저수지의 저녁(2022. 12. 11, 일)
진천에도 넓고 깊은 물길이 있다. 옛부터 돌무덤 다리를 놓고 마을과 마을, 계곡과 저수지를 이었다. 産物들은 산길, 물길을 따라 유통되었고 삶의 공간은 물산의 흐름에따라 넓어지고 깊어졌다.
生居鎭川, 특히 굴티마을 세금천에 놓인 농다리에 오면 유독 인간의 발길, 사람사는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돌무덤 다리는 고려때 만들어졌다. 좁은 폭의 강을 건너기위해 쌓은 인간노동의 집합체이다. 아무리 거센물살에도 무너지지 않았고 특히 무늬가 새겨진듯한 상판의 돌을 보면 오랜 세월 묵묵히 받쳐오며 인내해온 인간의 삶을 보는듯하다.
농다리를 건너 낮은 구릉을 넘으면 초평저수지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뭐하나 의미없는것이 없는 인간세상에서 至難했던 임인년 한해가 저물고있다. 계절이 가고 옴을 몸으로 느끼며 강을 건너고 산을 오르면서도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앞에선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풀잎의 이슬같은 인생사를 느낀다.
"자연의 철학자들"에서 소개된 여주 도예가 이야기가 생각난다. 평생 흙을 빚으면서 安分知足의 즐거움을 얻고있는 주인공은 100년도 못사는 人生에서 자연에있는 모든것들과 일체감을 가지면 아무 문제가 없어진다고했다. 정성에 비례해서 일이 이루어짐을 알고 실패를통해 배운 下心을 견지하면 삶은 초연해진다고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없는 초연의 경지.. 지난 1년의 나라 형편과 우리들 삶은 어떠했는지. 위태로웠던 앞 몇년의 시대를 공정과 상식, 헌법정신으로 극복하고자하는 새지도자의 소명의식이 튼튼한 뿌리를 내려 國泰民安의 새시대가 도래되기를 바래본다.
누구나 나이들수록 어느 한곳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원한다.
주어진 숙명같은 인연을 중시하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살면서 자유롭게 자연을 빚어내는 삶이면 그것이 곧 초연한 삶인것이다. 언젠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삶에 농다리 돌무덤의 한조각이라도 얹힐수있다면 참 좋겠다.
집착에서 벗어난 초연한 삶처럼 초평의 물결이 잔잔하고 부드러운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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