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아버지의 바다(2023. 1. 20, 금)

도보사랑 2023. 1. 22. 19:06

아버지의 바다(2023.1. 20, 금)

구정을 이틀 앞두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새벽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고 어스름 달빛길이 좋았다.
진동에 위치한 창원공원묘지 부모님전에 인사드리고 先親의 고향 바다가 보고싶어 진해 장복산(582m)에 올랐다.

아버지는 봄이면 벚꽃이 아름다운 진해 장복산아래 경화동에서 태어나셨다. 내가 어릴적 마산에 살면서 아버지 손에 이끌려 본가를 자주 간 기억이 생생하다.

수심이 깊고 내항인 진해는 일제가 한반도 강점후 대륙진출의 발판으로 삼고자 군항으로 발전시킨 곳이다. 러시아도 탐을 내었던 곳이다. 지금은 해군사관학교 개교이래 충무공의 후예들을 배출하면서 대양으로 뻗어나가는 우리 해군력의 요람이 되고있다.

아버진 내가 어릴적에 가끔 자신의 어릴적 소회를 풀어 놓으시곤했다. 소학교를 다닐때 추운 겨울에 열린 오이(Cucumber)를 보고 읊은 詩로 日人 선생의 칭찬을 받은 적이 있고, 일제 징용하 이곳 진해 비행장에서 힘든 노역을 하셨는데 가미가제(神風)로 끌려가기엔 어린 나이였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진 20대 초반에 결혼 하시자마자 전투경찰로 6.25 지리산 빨치산 토벌에 참전하셨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고향으로 돌아와서 생존 전우들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엔 "돌아온 전우"라는 글씨가 씌어져 있었고 담배를 입에 물고 계신 아버지의 멋진 모습도 기억난다.

진주, 고성, 마산등지에서 근무하신 아버진 인접지역임에도 늘 고향바다가 그립다고 하셨다. 내가 사관학교에 입학한 이후 아버진 여전히 고향이 아닌곳에서 거처하셨다.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졌을때 누나, 동생들이 아버지를 경화동에 모셨다.

軍에 있은 아들은 영원한 불효자식. 외동아들의 도리를 못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40년을 돌아 아버지 고향에 오니 옛추억이 아른하다.
뫼는 높고 바다는 햇빛에 빛나건만 고교졸업후 서울로 길 떠날때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네.

숨어버린 그때 그마음 끈을 다시 잇고자 장복산에 오르니 초입의 편백나무가 '왜 이제 왔느냐'며 알수없는 미소로 반겨주는것 같다.

여러갈래 산행로중 살아생전 못다한 불효의 마음을 씻고자 힘든 길을 택해 오른다. 자식 출세를 위해 어버이는 어떤 일도 감내했건만 이 짧은 산행길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옥포만을 바라보며 난 조용히 불러본다. 저 옥포바다는 '아버지의 바다'라고.
고향의 바다에서 태어나 고향없는 生을 살아야할 자식을 넉넉하게 품어준 아버지의 바다."

덕주바위에 올라 좌측을 보니 멀리 웅산 천자봉이 보인다. 사관학교 시절 해사교가를 배웠는데 지금도 그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 "천자봉 구름속에 높이 솟았고 옥포의 푸른 물결 넘실거리네. 스승의 채찍아래 자라난 우리..."

아버지는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다.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침묵으로 자식들을 가르친 그 은혜에 보답하는 자식들이 되었음 좋겠다. 내가 못다했던 효도에대한 가슴속 반성이기에.

이번 구정에 대한의 아들, 딸들이 부모님 뵈러가는 歸省길은 사관학교 선배님의 책제목처럼 "사랑하는 내나라, 내가정"으로 가는 기쁨의 길, 효도의 길이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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