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문학관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조병화 문학관에 오면 건물이 3개 나타난다. 2층 건물은 조병화 시인의 詩集 및 유품 전시와 문학인들의 행사 공간인 상설 기념관이며, 기념관 우측 작은 언덕위엔 시인이 어머니 묘소 옆에 세운 묘막(墓幕)인 편운재가 있고, 편운재 옆엔 외래 건축풍이 나는 시인의 은퇴후 거주 공간이었던 청와헌이 있다.
시인의 아호(雅號)로 이름 지은 조각구름 片雲齋와 창을 열면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는 廳蛙軒을 보면서 시인의 거주 공간을 전각의 서열상 재(齋)보다 격이 한단계 낮은 헌(軒)으로 명명함은 시인의 어머니에대한 효심과 존경심의 발로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념관엔 시인의 가계도와 어릴적 기록도 있다. 시인은 한양조씨 양절공 참판공파 아버지 두원(斗元)과 어머니 진종(陳鍾)사이 3남 2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에겐 각각 아들 1명씩을 낳고 일찍 사별한 부인 2명(경주 고씨, 제주 고씨)이 있었기에 1921년생인 시인은 배다른 형제 포함 총 7자녀 중 막내인 것이다. 일제하 보통학교 성적은 조선어, 산술, 지리, 도화, 창가 등 모든 과목에 갑(甲)이었다. 어릴 적부터 천재성을 띤 것 같다.
조병화 시인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詩를 읽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 그윽해지며 시를 따라 음률을 읊조리고 그림을 그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시가 대체로 짧고, 쉽게 쓰여진 것 같기에 읽는 이의 감성 흐름도 자연스럽다. 어떤 시엔 시와 함께 시인의 얼굴, 담배 파이프 등 소묘(素描)가 그려져 있는데 덧칠하지 않은 시인의 담백한 성격이 드러나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 시인은 시 이상으로 유화 등 많은 그림 작품을 그리고 전시회도 여러 번 가졌다.
시인은 어머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청와헌 옆엔 '꿈의 귀향'이란 시인의 귀향 보고서(?)가 쓰여져 있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라고..
시인은 "살은 죽으면 썩는다"는 어머니 말씀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았다고 한다.
시인은 어머니의 묘비에 '봄이 되면'이란 시를 바쳤다. "봄처럼 부지런해라, 봄처럼 꿈을 지녀라, 봄처럼 새로워져라"는 어머니 말씀을 노래한 시다.
시인은 유고시집 '넘을 수 없는 세월'을 포함하여 총 53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전시된 詩중 가사를 가곡으로 부른 詩들을 악보와 함께 사진으로 담았다. '꿈, 안개, 추억, 사랑은, 가을길, 고향, 당나귀, 내일, 황혼, 축복, 소라' 등이다.
생전에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대표 詩는 무엇이냐"는 어느 문학인의 질문에 시인은 '나의 自畵像'이라고 대답했다.
"버릴 거 버리고 왔습니다
버려선 안될 거까지 버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란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詩다.
조각구름의 집 편운재에서 생에 대한 성실성과 근면을 강조한 어머니 말씀에따라 시인은 2003년 3월 8일 어머니 곁에 묻힐 때까지 수천 점의 주옥같은 시들을 남겼다. 또한 이곳에서 많은 저서와 시화, 유화, 서예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편운재는 동료시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예술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허영자, 정호승 등 후배 문인들, 제자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도 했다.
시인이 작고한 이후엔 서울 혜화동 작업실에서 사용하던 유품들인 펜, 파이프, 모자, 작은 스카프, 여행중 늘 지녔던 스케치북, 경성사범학교 다닐 때 럭비선수 사진, 각종 화구 등 소품들이 그대로 옮겨져와 시인의 멋과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고 있다.
무엇보다 어머니 묘막으로 지은 편운재는 어머니의 모든 것을 모신 곳, 어머니로 말미암아 탄생하고 소멸한 시인의 모든 삶과 생, 예술의 혼이 담긴 곳이었다. 시인의 시, '나의 생애'에 그것이 잘 나타나 있다.
- 나의 생애 -
럭비는 나의 청춘
시는 나의 철학
그림은 나의 위안
어머니는 나의 고향, 나의 종교
나는 어머니에서 태어나와
어머니로 돌아가는 그 길을
한결같이 살아왔을 뿐,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웠습니다.
시인은 82년 동안 어머니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니와 부인이 누워 있는 이곳 편운재옆 양지바른 공간에 묻혔다.
조병화의 詩를 사랑하고 고향과 어머니를 늘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조병화문학관 방문을 권해본다.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찾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편운재 우편함엔 이곳을 방문한 재브라질, 재아일랜드 교포가 보낸 감흥, 감격 내용의 엽서가 꽂혀 있었다.
20230722,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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