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안성 금광저수지

도보사랑 2023. 7. 10. 15:10

안성 금광저수지

박두진둘레길을 걷고자 집을 나서서 금광저수지로 왔는데 둘레길 단장 공사중이라 숲길이 폐쇄되어 있다. 숲길 대신 호숫가 데코길인 박두진문학길을 걸어본다.

V자형 넓은 저수지인 금광저수지는 저녁 낙조가 아름답고 겨울 빙어낚시로 유명한 곳. 저수지는 꽤 넓어 호수로도 명명된다. 호수 주위는 숲이 우거진 산으로 둘러싸여 죽산 칠장사에서 여기까지 금북정맥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올 가을 낙엽이 지면 걸어 볼 생각이다.

시인 박두진은 안성 사람이다. 1916년 3월 10일 안성군 읍내면에서 태어났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생가가 보존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태생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지역에서 말년을 보냈고 호수 주변에 박두진문학길과 숲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호수가 있는 금광면 지역이 그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목월, 조지훈과 함께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로 인간적 염원과 가치를  노래한 청록파. 그래도 세 시인의 시풍엔 차이점이 있을 거라 생각되어 검색창을 두드려 보았다.

" 박두진은 자연을 원시적 건강성과 격렬한 의지의 대상으로 이해했으며 차츰 그리스도교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조화를 추구했다.

박목월은 독자적으로 수용한 민요조의 리듬에 애틋하고 소박한 향토적 정서를 즐겨 읊었다.

조지훈은 전통적 생활양식에 깃든 한국적인 정신과 미의식을 섬세한 감성으로 詩化했는데, 고전미는 그의 미적 특질로 보인다. "

세 분의 詩 세계를 詩에 문외한 내가 어떻게 알겠냐만 자연과 인간에대해 보통인은 가질 수 없는 깊고 밝은 심미안을 가진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생의 말년에 어릴 적 추억이 서린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과 함께한 시인의 행적을 보면서 감히 그렇게 상상해 보는 것이다.

따가운 햇살이 식어지며 호수 위로 저녁 노을 빛이 내릴 때면 시인의 서정적 삶도 더 붉어질 것 같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둘레길도 더욱 아름답게 조성되고 찾는 발걸음도 많아져 호수도 말 그대로 금빛을 찬란하게 비출 것이다. 청록 시인의 삶처럼..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로 시작하는 詩, '해'는 박두진의 대표작이다. 호숫가 카페에 앉아 '해'가 아닌 시인이 20대 시절 가을 도봉산을 거닐면서 인생의 쓸쓸함과 사랑의 괴로움을 노래한 詩 '도봉'을 읊어 본다. 가곡으로도 널리 불리우는 詩다.

도봉(道峯) / 박 두 진

산(山)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山)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

산(山)그늘 길게 늘이며
붉은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생(生)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오늘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20230708,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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