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뮤지엄
문막 IC에서 나와 충주 방향으로 달리다가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산허리에 위치한 박경리뮤지엄에 왔다. 토지문화관으로도 불리우는 곳이다. 박경리 작가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낸 공간이다.
박경리 삶의 무대는 크게 4곳이다. 고향인 통영, 詩를 쓰기 시작한 학창 시절의 진주, 대작 '토지'의 무대 하동 악양, 그리고 '토지'를 완성하고 문하생들을 길러낸 원주이다. 통영, 진주, 하동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몇 번이고 가본 곳이다. 특히 하동 악양벌은 내가 軍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기 1주일전 휴가를 얻어 섬진강가로 달려가 최참판댁에 장시간 머물면서 완독하지 못한 '토지'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 시대를 상상하며 작가의 혼을 느끼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곳이다.
오늘(7.14) 뜻을 같이하는 육사 동기들과의 모임 장소인 둔내에 오기전 마음 먹고 원주를 들른 이유는 작가의 마지막 집필 공간을 찾아 자연과 생명, 혼의 흔적을 얻고자 위함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씨에 드문 드문 비내림이 멈출 때 토지문화관 건너편의 산과 운무는 운명에 맞선 山과 같은 작가의 삶, 직접 호미로 밭을 갈아 찾아오는 문학인들과 문하생들 밥을 먹였던 끝이 없고 잡을 수도 없는 雲霧같은 작가의 사랑세계를 보는 것 같다.
작가가 원주를 마지막 생애의 장소로 택한 이유, 그 생활공간의 분위기, 소설 작가가 되기전 썼던 詩들, 육필 원고, 원주에서 만났던 사람들에대한 기록과 증거물들을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들은 박경리의 삶, 생명, 혼이다.
일일이 글로 기록하고 싶었지만 사진으로만 담은 이유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전시물에 筆寫의 흠(?)을 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록은 빈 원고지에 '토지'의 서(序), 첫 문장을 베껴서 가져왔을 뿐이다.
앞으로 앨범속에 보관된 사진을 찬찬히 확대해보면서 작가의 生을 자주 열어볼 것 같다.
두 글... 작가가 원주를 마지막 생애의 무대로 택한 이유와 소설작가가 되기전 썼던 詩중 '삶'이란 제목의 詩 마지막 구절이 문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에 자꾸 밟힌다.
" 내가 원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산천을 사랑한다는 얘기다. 원래의 대지, 본질적인 땅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原州, 이름 그 자체를 나는 사랑했는지 모른다 "
" 삶
....
....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곳
허허롭지만 따뜻하구나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
(참고)
원주엔 단구동 '박경리문학의집'과 매지리 '박경리뮤지엄'이 있다. 1980년 원주로 이사와 처음 정착한 곳은 '박경리문학의집'으로 이곳에서 토지 4, 5부를 집필함으로써 무려 26년 동안 써내려간 대하소설 '토지'를 완성했다. 두 곳중 한 곳만 보아도 박경리의 삶을 만날 수있다.
20230714,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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