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정방폭포, 판포포구

도보사랑 2023. 8. 11. 17:51

정방폭포, 판포포구

혹시나가 역시나다. 어제 제주의 동북쪽 김녕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겼음에도 엄마를 위한다며 마지막 날도 해수욕장으로 간다고.. 시원한 정방폭포라도 가보자는 나의 요구에 막둥인 1시간정도 폭포 구경하고, 나머지 시간은 첫 날 해수욕을 했던 환상적인 제주도의 서쪽 판포포구에서 보낸다고 결정. 수영 좋아하는 아내가 은근히 압력을 넣었다. 아들에겐 엄마가 최고인가 보다.

정방폭포.. 소문난 식당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일식 돈가츠로 아점을 먹고 정방폭포로 오니 수 많은 괸광객들이 붐빈다.
해안 절벽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약 20여 미터의 물줄기가 주위 소나무, 푸른 해안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앞바다에 둥실 떠 있는 문섬과 섶섬이 폭포의 절경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시원한 물보라를 얼굴에 쐬며 영상도 담아본다. 천지연이 氣가 센 여성이라면 정방은 폭발적인 남성이다. 이곳엔 전설도 전해진다.
중국 진시황의 신하 서불(한자로는 徐市, 徐福이라고도 함)이 불로장생의 약을 찾아오라는 황제의 명을 받고 이곳 정방폭포까지 와서 절벽에 '서불이 이곳을 지나갔다'라는 뜻의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글자를 새겼다는 전설. 이 '서불과지'라는 글자는 조선시대에 탁본까지 떴다는데 그 소재는 불명이다. 이 글자 원본을 발견하는 사람은 不老不死 할 것이다.

판포포구 해수욕장.. 오늘따라 물빛은 완전 에머랄드 그린. 밀물시간대에 수심도 깊어 방파제 끝에서 다이빙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막둥이가 건넨 구명조끼를 입고 2시간 동안이나 물속에 있었다. 아내와 막둥이가 물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그냥 함께 있을 수 밖에. 멀리 안전 경계선까지 가보자는 아내, 수십번 다이빙을 즐기는 막둥이, 나는 그냥 물에 둥둥. 오늘은 그냥 둥둥 떠 있은 하루. 송악 둘레길을 걷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좌절된 하루. 난 산과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내는 바다와 수영을 좋아하니 우린 천생연분은 아닌가보다. 가끔 서운함을 느낄 때가 있다. 오늘같이 아들이 아빠보다 엄마 편을 들 때..

제주도 마지막 밤은 조금 허(虛)하다. 채우고 즐김이 떠나가서 그런가. 잼버리 사고 우려 등 어수선한 현실에서 나만 편한 시간을 가져서 그런가. 아님 막둥이가 나를 섭섭하게 해서 그런가. 그래도 여행을 계획하고, 항공편과 렌트카도 예약하고, 마지막 날까지 운전대도 잡은 막둥이가 고맙다. 내키지않은 바다에서 하루종일 보낸 나, 꿈속에서도 물에 둥둥 떠다닐 것 같다..

20230806,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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