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
서운산 자락에 왔다. 입추가 지났건만 아직 햇살이 뜨거워 산엔 오르지 못하고 월든 호숫가 카페에서 호젓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어젠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자지 않고 눈은 TV 캠프 데이비드 소식에, 손은 신문지 위에 펼쳐 놓은 고구마순 껍질에, 마음은 인산편지 가족 시인님이 올려주신 페이스북 좋은 글에 머물러 있었다.
페북의 글은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의 책속 일부 문장들.
섬, 바다, 파도, 등대, 자아, 행동, 습관 등을 모티브로한 사유의 글들이었다. 시인님의 사유와 마음을 스친 주옥같은 문장들. 그 사유의 끝은 '모든 삶은 흐른다는 것'이었다.
월든의 호숫가에서 이렇게 호젓하게 붙잡고있는 이 시간도 나의 곁에 머무르는 것 같지만 흐르는 것, 저 바다로 흘러가는 것..
흐른다는 것은 때론 고요하고 요동치며, 때론 순응하고 저항하며, 때론 느긋하고 절박하게 움직이는 것.
있는 그대로, 변화되면 변화되는 그대로의 모든 것들을 오롯이 가슴에 품을 수만 있다면..
소로우가 추구했던 독서, 명상, 무소유의 삶도 품고, 위로하고, 사랑하다 굽이굽이 흘러가 마침내 평온의 바다에 이른 삶.
드빌레르의 책은 나의 이런 사유가 틀렸다는 것을 말해줄까? 사서 읽어 보아야겠다.
자몽 쥬스를 다 마셨을 때 주인장께서 따뜻한 차를 내려주셨다. 밖으로 나서니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스치는 으스름 달밤이다.
20230819,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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