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어제 비온 뒤 이곳 소사벌에 첫눈이 내렸다. 오후엔 바람도 세차 눈발이 휘날린다. 세모(歲暮)의 정이 깊어질 때 집을 나서 도서관으로 간다.
역사책을 읽으러 가는 길.
바람은 차고 눈발은 더 세차다.
기억에 78년 11월 24일에도 이렇게 눈이 내렸다. 그때는 김남조 시인의 詩를 기록했지. 후딱 쓰고 모포속에 들어가 고향 생각을 했었지.
누군가 걸었던 발자국을 보니 그 때 꿈속에 보았던 아득한 고향 길이 떠오른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따뜻한 커피부터 마시며
손부터 녹여야겠다.
100페이지만 읽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 첫눈 -
고향살이 20년
타향살이 45년
길게 산게
깊이 산게 아니야
떠돌던
산천은
아직도 시리고
사람은
정들기 어려워라
고향 길 멀지않은데
꿈속 길은 아득하다
눈만 뜨면
구슬치기 딱지놀이
바람처럼 달리던
뒷 동산 전쟁놀이
어릴 적 그 동무들
그리워 보고싶네
넘실거리는 쪽빛바다
흰 갈매기 날고
비린내나던 바닷가
어물전 어머니들
그리워 뵙고싶네
낮게 나는 제비언덕
높게 나는 무학산
아귀찜 창동거리
조각거장 문신공원
두둥실 고래섬
그 곳이 고향이라
이렇게 첫눈이 내리면
그립고 보고싶어
불러보는 가고파
https://youtu.be/DfPgaF4h_hs?si=lB8U8Tn_6vmjxhkM
20231216,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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