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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도보사랑 2024. 3. 15. 16:35

초승달

오늘 밤 하늘에 뜬 달은 초승달. 지난 시월 여주 영릉에선 난 소헌왕후의 눈썹이라고 불렀다.

음력으로 3~5일경에 뜨는 초승달이 미인의 아미(娥眉) 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가늘고 부드러운 곡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막 채움의 시작이기 때문도 아닐까.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술잔 계영배(戒盈杯)가 생각난다. 거상 임상옥이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바라보았다는 그 계영배. 잔의 7부선을 넘게 술을 부으면 더 이상 차오르지 않고 이미 부은 술 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는 계영배.

반 쯤 채워진 상현달, 하현달에 이제 막 채워지기 시작한 초승달이 걸치면 과욕을 경계하는 계영배 모습이 된다.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 절제와 여백 때문.

마침 꽃을 피운 노란 개나리가 초승달을 더 밝게, 옅은 노란색으로 채색 하는 것 같다.

봄 밤 초승달이 준 고요하고 절제된 느낌.

* 다양한 계영배 중 그 하나를 인터넷에서 가져옴

20240314,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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