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붓꽃
물가에 예쁘게 피었던 노란 붓꽃은 한 송이만 남기고 어느새 다 저버렸다. 작년 비오는 날엔 '오늘 만큼은 널 정호승의 수선화로 부르겠다'며 영상에도 담았던 붓꽃. 올해도 예쁘게 피었지만 1년 전의 모습과 함께 아득히 멀어져간 느낌이다.
봄비와 함께 4~5월에 아름답게 피는 붓꽃. 고작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나의 망각속에 묻힌 느낌이다. 먹구름이 잔뜩 끼인 날씨 탓인가.
망각의 강이 아득히 먼 곳으로 흘러가는 느낌. 이럴 땐 그냥 무심히 앞만 보고 걷는다. 바람이 잠깐 스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사람 발자국이 멀어지는 저녁 공원에 조용히 퍼지는 종소리처럼 바람소리, 물오리소리는 망각을 깨우는 생명의 소리.
20240603,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