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되는 그림 두 점
병아리를 훔쳐 달아나는 검은 고양이, 이에 놀라 날개를 퍼득이는 어미닭, 마루에서 담배를 피우다 고양이를 잡으러 급히 달려나가다 넘어질 듯한 남자,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의 표정도 그러하지만 도망가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
이 생동감과 해학 넘치는 그림, '야묘도추(野猫盜雛)'는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의 작품이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연습하다 김득신의 그림을 그려본 것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실적인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이 그림이 마치 단원의 그림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득신은 조선 최고 명문 화원 집안 출신으로 당시 정조는 김득신에 대해 “김득신은 김홍도와 더불어 백중하다”라고 했을 정도로 그림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단원의 그림 연습이 끝나면 긍재의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
영랑호는 단원의 수묵화 작품이다. 화랑 영랑이 동료들과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금성으로 돌아가는길에 웅장하게 설악을 둘러친 울산바위를 뒤로 한 아름다운 이 호수에 반해 눌러 앉았다고하여 이름지어진 영랑호. 호수 일부분만 나타나는 이 그림을 단원이 어디에 앉아서 어느 각도로 그렸는지 궁금해진다. 호수 주변 경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범바위를 비롯해 호수 전체를 두 세차례 걸어 본 난 단원의 이 그림 처럼 한 화폭에 호수 일부를 포함시키면서 원거리의 울산바위와 좌우로 흘러내리는 산 능선들을 크고 선명하게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원이 살았던 그 시절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영랑호 주변의 모습이었을텐데.. 암튼 연필로 스케치 해보면서 상상속에서 영랑호를 한바퀴 돌았다. 해넘어간 저녁시간, 청둥오리를 비롯한 이름모를 물새들이 노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랑호 모습이 가슴속에 피어오르는 느낌.
20240808,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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