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진주(晋州)

도보사랑 2025. 1. 29. 18:48

진주(晋州)

진주는 참 인연이 깊은 곳. 어머니가 나를 잉태한 곳인데 38년이 지나 내가 이곳에서 지휘관을 했다. 당시 늦둥이 성빈이가 태어나 우리를 기쁘게 했는데 어느새 25년 세월이 훌쩍 지나 성빈인 이곳 은행에 취업하여 금년 1월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내는 유모차에 성빈이를 태워 촉석루, 진양호를 자주 찾았다는 이야기를 가끔 했다. 설명절을 맞아 늦둥이를 격려코자 내려와 그 옛 추억의 장소를 찾아본다.

지리산에서 덕천강, 경호강 물이 흘러 모이는 진양호는 늘 푸르고 웅혼한 느낌을 준다. 인공호이지만 日 아오모리 도와다 칼데라 호수처럼 산정상에 불쑥 솟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한다. 오늘 같이 맑은 날씨엔 저멀리 웅석봉과 천왕봉도 보인다. 어린 성빈이를 안고 동물원과 물(水)박물관을 방문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진주성은 진주 역사의 자랑이다. 임진난에 천안 병천사람 김시민 목사가 대첩을 이룬 곳, 논개의 충절이 빛나는 곳. 아내는 무더운 여름에 우유병을 성빈이 입에 물려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촉석루 마루에서 반나절을 보내곤 했다고 가끔 회상했다. 논개가 왜장을 안고 뛰어내린 의암위에 서(立) 보고, 성벽을 따라 걸으며 난 막둥이에게 진주 역사를 들려주고 옛 추억을 이야기한다.

진주는 산과 물이 어우려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고려 고종때 진주목사 김지대(金之垈, 1190~1266)는 상주목사 최자(崔滋, 1188~1260)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곳 진주를 '신선의 고을'이라고 자랑했다. 두 사람의 우정어린 편지 내용은 이러하다.
"작년에는 강루에서 진주로 떠나는 나를 배웅하더니 금년에는 그대도 목사가 되었구려. 전에는 그대의 얼굴이 옥같이 고왔지. 우리 더 늙기 전에 다시한번 놀아 봄세. 낙읍(상주의 옛이름)의 계산(溪山)이 비록 좋기는 하나 그래도 진양의 풍월이 선향(仙鄕)이라네. 두 고을은 길이 멀어 만나기 어려우니 잠시 한번 헤어지면 이별의 아쉬움이 오래 가지. 거문고 책 뒤져 좋은 옛 노래 찾아 가을에 염막(簾幕)에서 놀아 봄이 어떠랴. 추석에 만나자는 약속은 어겨졌으니 이번 중양절에 국향주를 마시려 다시  약속함세".

'동문선'에 실려있는 김지대의 편지 글. 진주와 상주를 '신선의 고을'이라고 함께 예찬한 편지를 읽으니 나의 진주에대한 감흥도 되살아난다. 짧은 인간사에서 고향 같은 곳에서 살아보고, 정든 곳에서 좋은 친구와 술한잔 나누며 담소하는 것은 큰 행복!  

20250129,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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