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툴립

도보사랑 2025. 4. 18. 12:56

툴립

내가 사는 이곳 평택(平澤)은 말 그대로 높은 산이 없는 평평한 땅과  군데군데 못(澤)이 많은 곳이다. 홍수가 나도 못이 물을 품고, 넘치는 물은 강(川)을 따라 바닷쪽으로 흘러 좀처럼 수해를 입지않는다. 이곳에 정착한지 오늘로서 꼭 8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농작물 침수피해를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자연 배수가 잘되는 지형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쌀, 과수, 꽃나무들이 별 탈없이 잘 자란다. 市 행정에 있어선 반도체, 자동차, 물류 산업 등에 역점을 두면서 공원조성과 농업혁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오성면에 위치한 농업기술센터엔 해마다 툴립축제가 열린다. 3일 전부터 구경가자고 졸랐던 아내와 오늘에야 와 본다. 어제가 축제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구경나온 사람들은 다소 한산했지만 꽃들은 만발하여 그 화사함을 뽐내고 있다. 3년 전엔 낮은 구릉에 곡선을 그리며 툴립밭이 조성되어 있어서 원근감이 돋보였었다. 올핸 넓은 평지에 유채꽃과 여러 조형물이 함께 조성되어 그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밭이 조성된 땅이 구릉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연미와 친근감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을 갖는다. 화려하지만 직선보다 곡선에 더 아름다움이 스며있음을 느껴보는 툴립밭.

수백마리 황소를 팔아야 몇 송이를 살 수 있었다는 툴립은 유럽 귀족들의 부의 상징이며 신분 상승의 욕구이자 투기의 대상이 된 꽃이다. 의식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않는, 그저 보기에 아름다운 꽃에 높은 값을 매긴 인간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한송이 꽃을 높은 가치로 부풀린 인간들의 욕망이 절제되어야 툴립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살아날 것 같다.

8년 전 과수원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배꽃(梨花)이 아름다워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 정착한 이래 해마다 피는 벚꽃, 목련, 수선화, 작약, 연꽃, 앵초화는 이제 나의 친구가 되었다. 계절이 오고갈 때 그립고, 보고싶고, 기다려지는 친구들이다. 아내도 나와 비슷한 마음인 모양이다. 때가 되면 꽃을 찾아 먼저 나서자고 하니..  

20250417, Song s y

3년전 툴립밭

3년전 툴립밭

3년전 툴립밭

3년전 툴립밭

2025년 오늘 툴립밭

풀로 만든 곰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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