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51회 생일을 맞이하여 "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아들 일병 송성우가 올립니다"란 제목으로 보내온 편지.(신병교육 이수후 썬 글로 부끄러운 마음에 여태 간직하고만 있다가 오늘 용기를 내어 다시 옮겨적어 보낸 편지라나...)
" 충성! 아들 이병 송성우, 아버지께 이렇게 펜을 들어 편지를 써 봅니다. 아직은 이등병 새내기로 많이 배우고, 적응해 나가고 있는 아들인데 벌써 군입대를 한지도 3월이 다 되어갑니다. 어릴적부터 자랑스런 군인의 아들로서 자라오며 보고, 듣고, 느껴운 군대이지만 제가 직접 이렇게 군인의 신분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해보니 느낌이 새롭기만 합니다. 제가 25살이란 늦었다면 늦었다고도 할수 있는 나이에 군입대를 하기까지 정작 제 자신보다 아버지께서 저의 군복무에 대하여 더 관심을 기울여 주셨던 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앞날을 오십보 백보 더 내다보시며 항상 저에게 기회와 선택의 길을 열어주셨던 당신이셨습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지금 제가 있는 이곳, 50사단 본부근무대로 전입을 오자마자 저를 보시기위해 몸소 이곳 본부대까지 한걸음에 오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자대배치를 받고 아버지와의 첫 대면, 어릴적부터 쭈욱 보아왔던 아버지의 군복입으신 모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함부로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마주칠수 없었던 저였습니다. 대장실에 아버지와 저, 단 둘이 남게 되었을때 한번도 어색했던적이 없었던 부자 사이였는데, 고작 10여초간의 적막감이었지만 어색한 기운이 들었습니다. 그 적막을 깨고 아버지께서 먼저 입을 여시어 제게 물으셨던 한마디, 한마디 ' 몸은 건강하냐, 밥은 잘먹고?...' 아버지의 질문에 ' 예, 예...'라고 짤막하게만 대답하던 저였습니다. 찬찬히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마침내 아버지의 두눈을 마주쳤을때는, 눈두덩이 아래 따뜻이 고이는 눈물을 머금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던 저였습니다. 그 감정이 무엇이었을까하고 생각해보는 저입니다.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던 가운데 아버지를 보고 갑자기 가슴이 벅차올라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진 6주간에 만나는 아버지가 너무도 그리웠기에 그랬던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의 생애 25년간 계속 보아왔던 아버지의 반듯이 차려입으신 군복을 보았는데, 아버지 어깨의 푸른견장과 번쩍이는 무궁화 두개, 그리고 저의 새 것에 가까운 전투복에 비해 빛 바랜듯 보이는 아버지의 오랜 세월이 묻어있는 전투복과 전투화를 바라보면서 군인의 신분으로서 저를 낳아 힘들게 키워오셨을 당신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앞에 두주먹을 무릎에 꼭 붙이고, 허리를 곧추세워 고개를 들고있지 못하던 저의 모습을 아버진 어떠한 생각으로 바라 보셨을지...어느 아비된 자의 마음처럼 군입대한 아들을 바라보는 그런 심정이셨을지......짧았던 아버지와의 대면후 가시는 아버지의 넓은 등을 바라보며, 저와 두 동생을 그리고 어머니를 여태까지 짊어지고 계시는 그 무거운 어깨를 바라보았을때, 또다시 가슴 울컥해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한채, 아버지를 그냥 보내었던게 너무나 아쉬운 마음으로 저의 가슴 한구석을 쓰리게 하고 있습니다. 저의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듯안 작은 '충성'경례 소리에 등 뒤로 수줍은듯이 손을 들어 응답해 주시던 아버지... 이 아들, 군인의 아들답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내나라, 내민족, 그리고 내가족을 지킬수있는 대한의 건아! 이병 송성우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약속드립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송수용 중령님! 사랑합니다. 충 성! " 여기까지가 지난 제가 이등병일때 써 놓았던 편지였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이 편지를 내놓고 읽어보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하는 저입니다. 항상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글로 밖에 전할수 없는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항상 기억해주세요. 아버지의 생신, 함께하지 못하여 너무 아쉬울따름입니다. 어머니, 성빈이와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고 또 곧 있을 어머니 생신땐 아버지께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 또 확실히 표현해 주세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충 성! 2009년 10월 4일 아들 일병 송 성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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