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가 24번줄의 좌석에 앉았고 가을이와 가영이는 29번줄의 좌석에 앉았는데 안내방송에 의하면 인천공항에서 필리핀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약 4시간이라고 하며 시차 1시간을 반영하므로 갈 때는 한시간을 벌었다가 올 때 반납을 하게 된다는 것이나 같았다.
시속 850킬로미터로 11,000미터 상공을 날아가는데 동체가 작아선지 난기류라도 만나면 자주 흔들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필리핀의 마닐라소재 니노이 아키노공항에 도착하게 되는데 니노이 아키노라는 말의 어원을 보면 이는 사람이름이며 마르코스대통령이 집권했을 당시 재야정치인으로 전(全)국민적인 인기가 높았으며 코라손 아키노 전(前) 여성 대통령의 남편이었는데 미국에서 귀국하다가 흉탄에 쓰러진 사람이었다.
졸다가 깨다가 비몽사몽간에 비행기는 아키노공항에 현지시간 23 : 30경 우릴 내려줬는데 세관수속이 얼마나 복잡했던지 공항에서 짐을 찾아서 공항밖으로 나오니 벌써 자정이 훨씬 넘은 새벽 1시 20분이었다.
공항밖에서 오랜 시간동안 우릴 기다리던 뱁스부부와 조우했는데 가을이도 뱁스의 남편이라는 청년은 처음 보는 처지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처럼 부부가 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결혼식을 올려서 합법적인 부부로 인정을 받는 것이 순서인데 그들은 식도 안올리고 같은 고향(민다나오츌신)사람끼리 객지에서 만나 아무런 격식없이 살아버린 처지이기 때문이며 그런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뱁스는 늘 웃는 얼굴이며 아이가 임신되는 것을 무척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뱁스가 벌어서 먹고사는 처지라니까 남편이 취직을 할때까지 당분간만이라도 임신을 피해야 할 것 같은데도 아이를 절실하게 원한다는 것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었지만 얼핏 남편이라는 스물일곱살 동갑내기청년을 보아하니 미국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많이 닮았다.
피부색깔과 얼굴의 윤곽이 그렇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엔 미남형인데도 가을이의 말로는 대다수의 필리핀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남형태와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우리가 묵을 호텔로 갈 택시를 잡으려는데 노란색의 공항택시는 1,500페소(4만 5천원정도)를 부르고 그게 너무 비싸다면서 뱁스남편이 택시를 잡아오겠다고 하는데 어디 갔는지 몰라도 올 생각을 않는다.
길에서 기다리면서 보아하니 이 나라는 무슨 경찰제복차림이 이렇게나 많은지 그것이 놀라웠으며 국가에서 저 사람들을 모두 입혀주고 월급주려면 큰일이겠다 싶었는데 그들은 경찰이 아니고 가드라는 경비원신분이었다.
건물마다 크건, 작건 간에 가드는 몇명씩이 배정되어있었고 공항밖에도 가드는 수없이 많이 총(銃)을 들고 근무하고 있었다.
갑자기 가영이가 비명을 지르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새까만 벌레인데 엄지손톱만큼이나 큰 물방개같은 것이 인도위로 기어다니는데 그게 바로 필리핀의 바퀴벌레라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필리핀 사람들은 죄다 공항에 모여사는 것인지 새벽시간인데도 무척 사람들이 많아서 택시를 잡기가 만만치 않았으며 이윽고 뱁스의 남편이 타고온 하얀색의 일반택시는 말만 택시이지 엔진소리가 그렁거렁해소들린 노인의 숨소리를 닮아서 가다가 갑자기 멈춰 서버릴 것만 같이 보였지만 용케도 운전기사까지 7명이나 태운 채로 호텔까지 달려줬으며 택시요금으로 700페소를 줬다.
이게 우리 돈으로는 약 2만원가량이지만 그것을 필리핀의 현지 물가와 가치수준과 비교하면 무척 큰 금액이라고 하나 얼른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공항택시의 기본요금도 실상은 우리나라 돈 900원정도(30페소)부터 시작한다는데 그런 것은 실제로는 적용이 되질 않고 대부분은 바가지요금쪽으로 흥정하게 된다는 것이니 호텔까지 택시 한대로 가게 된것만 해도 퍽 다행이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내 시계로는 새벽 두시 가 넘었는데 이곳 시간으로 하자면 1시경이다.
뱁스부부는 두시간이나 걸리는 케손시티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만나기로 했으며 우린 예약된 베르자야 마닐라호텔에 들어가 투숙전의 수속을 마쳤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호텔 투숙시 디파지(Deposit - 물건, 시설손상대비 예치금)를 부담하는 것인데 가을이가 소지한 신용카드로도 결재가 안되고 마침 갖고있던 캐나다달러 100불짜리로 일단 결재를 했다.
여기서 자고 아침을 호텔식당에서 부페로 먹은 다음 김현미양이 불러올 렌트카로 관광길에 나설 예정인데 우리부부가 사용하는 방이 1709호이며 애들은 바로 옆인 1710호실이다.
그렇게 늦은 시간임에도 얼른 봐서 콜걸인듯 싶은 여자와 팔짱을 낀 금발의 늙은이들이 눈에 자주 띈다.
필리핀에서는 아이가 태어날 때 여자아이가 태어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여자라면 몸하나라도 팔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원인이며 피임(避姙)도 하질 않고 카톨릭국가라서 아이를 낙태(落胎)도 시켜주는 곳도 없어 보통의 가정에서는 애들이 6 -7명씩이나 된다고 한다.
여긴 최상급호텔이라는데도 시설이 형편없다.
칫솔도 한개밖에 없고 면도기도 없으며 머리빗조차도 없다.
모두 달라고 얘길해야만 갖다 준다.
사방에서 간간이 총소리가 나는 가운데서도 나는 그런대로 잠을 잤는데 아내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공포탄발사의 소음때문에 잠을 통 못잔 것 같고 그런 경향은 가을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래도 세면을 마치고 식당으로 가족들이 모두 같이 내려가서 부페식의 식사를 했는데 그런대로 특이한 향료냄새도 별로 안나고 음식들이 대부분 먹을만 해서 아내의 말대로 혼자서만 뽀지게 먹었다.
그런데 그것은 내 경우일 뿐이고 아내는 거의 계란요리인 오믈렛과 빵종류 이외엔 먹질 못한다.
나는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여행가(旅行家)의 체질인가 보다.
아무데서나,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나 잘자고 어떤 음식이거나 잘먹기 때문인데 아침식사를 마치고나서 김 현미를 만나기 위해서 호텔밖으로 나와 기다리자 드디어 김 현미양이 9인승 현대 스타렉스차량의 앞자리에 타고 나타났으며 가을이와 둘이서 붙들고 반가움을 표현하는 장면이 마치 이산가족의 만남처럼 흡사 어제 공항에서 뱁스와 만나던 풍경과 똑 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이윽고 우리와도 인사를 마치고 차에 올라타서 바로 히든밸리라는 야외온천탕이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시간은 벌써 9시인데 호텔바로 옆골목에서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트라이시클 두대가 받쳐있으며 비좁은 좌석에서 허리를 꼬부리고 두사람이 잠들어 있었다.
모기는 얼마나 극성일 것이며 자칫 자다가 떨어지면 다칠지도 모르는 높이였고 잠자는 자세 또한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현미는 3개월 약정으로 여기에 언어연수를 왔는데 지금 한달째를 마치고 2011년 2월 24일자로 귀국을 하게 되어있으며 지금은 12월 23일부터 1월 2일까지 크리스마스휴가철이라 공부를 하려고 모아뒀던 소중한 돈만 낭비하는 것 같아 내심 속이 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기엔 늦은 나이임이 분명함에도 더 배워보겠다는 집념으로 연수까지 온것을 보면 더욱 대견해보였고 벌써 따갈로어라는 원주민의 말도 어느 정도는 통하게끔 습득한 것 같아 보였다.
현미는 일행이 차에 타자마자 창문을 올리고 문의 시정장치까지 해버려 왜 그러는지 의아했는데 거지들이 찻길 한가운데까지 들어와서 손을 들이밀기 일쑤인데다가 특히 한국사람만 보면 찰거머리처럼 떨어지질 않으므로 어쩔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으며 정말로 길에는 아기를 안은 여자거지나 맨발로 다니는 어린이거지가 많았다.
현미는 여기에 와서 필리피나(원주민여자)같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는데 그게 칭찬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별로 그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은 눈치로 보였다.
여기도 차도에는 중앙선(中央線)도 있고 차선(車線)도 있지만 그걸 지키는 사람도 별로 없고 먼저 차의 머리를 집어넣는 사람이 왕(王)이며 신호기가 가끔 눈에 띄지만 별반 지키는 눈치도 아니었다.
차가 조금만 밀리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담배를 낱개피로 파는 행상이나 거지가 먼저 나타나며 거지와 소매치기,날치기의 구분도 어떤 기회가 생긴다면 돌변해버리므로 한계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미리 책정된 교통요금이나 미터기라는 개념도 없다고 한다.
자전거를 개량한 테디캡, 오토바이를 개량하여 독일병정들의 차량처럼 생긴 트라이시클, 하얀색의 일반택시, 노란색의 공항택시등의 탈것과 가장 흔하고 서민(庶民)들의 발이 되는 지푸니가 있는데 지프의 뒷부분을 개량한 지푸니의 요금이 7페소(약 200원정도)부터 시작하지만 비오는 날이나 탈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운전사가 부르는 요금이 즉각 법(法 - 바뀐 요금)으로 변하는 것이다.
지푸니의 요금이 갑자기 뛰어 15페소나 20페소가 되기도 하며 미리 흥정을 하지않고 그저 신기하다고 해서 트라이시클이나 테디캡을 탔다가는 공항택시정도의 바가지요금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리고 멋도 모르고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지푸니를 탔다간 바로 찻속에서 강도에게 있는 것을 죄다 털리기 십상이라고 하며 지푸니승객이 소지한 가방도 밖에서 번개처럼 낚아채서 사라진다고 한다.
거지와 소매치기, 강도의 구분이 따로 없고 기회만 제공이 된다면 누구나 태도를 돌변할 수가 있다니 그저 이곳에서의 매사(每事)엔 불여튼튼이 최고의 방책이렸다?
히든밸리로 가는 도중에 창밖을 보니 질서의식이 너무 낮아 무단횡단정도는 애교에 가깝고 심지어 현미의 말로는 대로상을 걸어가면서 고추를 드러내고 소변을 보는 녀석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제2편 끝)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좌충우돌가족의 필리핀여행기 제4편. (0) | 2012.09.07 |
---|---|
[스크랩] 좌충우돌가족의 필리핀 여행기 제3편. (0) | 2012.09.07 |
[스크랩] 좌충우돌 우리 가족의 필리핀여행기를 올리면서......(제1편) (0) | 2012.09.07 |
문선명 가계도와 사업 (0) | 2012.09.04 |
문선명총재, 낮은곳 마다않은 큰 걸음(통일교에서 게재) (0) | 2012.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