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피노,나(노는 수컷. 나는 암컷)들에게 있어서 한국인유학생이나 교민들의 존재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대답은 하나인데 그들의 봉이라는 것이다.
호구(虎口)라는 뜻도 된다.
완전히 돈자랑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한국인들이 졸부처럼 으쓱대는 사이에 같이 편승하여 즐기는 것 뿐이다.
대다수의 한국인 교민이나 학생들은 필리피노(나)들에게 둘러 쌓여서 왕자,공주의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그 댓가로 놀이용품이나 오락거리에 대신 돈을 지불해주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가 더 큰 문제라는데 필리핀에 장기체류한 남자와는 상종조차도 하질 말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한때나마 잘나갔던 코메디언 황기순의 경우가 바로 그 사례인데 필리핀 남여에게 둘러 쌓여서 왕자대접을 받으며 국내에서보다 훨씬 값싼 유흥에 푹 젖어 아낌없이 돈을 흥청망청 써대다가 지나치면 중독상태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면 한탕을 노리고 슬러트머신등에 빠질 것이 자명하며 집에다가는 갖은 이유를 달아 송금을 재촉할 것이다.
만약 송금액이 제대로 조달되지 않으면 왕자행세는 갑자기 돌변하여 거지왕자로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도의 차이야 조금씩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여자들도 그와 비슷한 전철을 거친다고 한다.
물정에 어둡고 돈가치가 달라서 그렇챦아도 도처에 낭비요인이 많아지는데 순간적인 자기제어(셀프 콘트롤 - Self Control)를 못하게 된다면 남자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외국이라는 함정에 빠지고 필리피노(나)들의 돈써달라는 예우성 요청을 박절하게 거절못한다면 큰일이지만 김현미의 예를 볼 때 그나마 남자들보다는 훨씬 빨리 현실에 적응력을 갖고 낭비요인과도 과감히 단절을 꾀한다는 것이 내가 본 여자들에 대한 소견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런 저축의 개념조차 없고 하루살이, 부평초(浮萍草)처럼 뿌리없는 생활패턴을 우리 아이들이 적용받아서는 안되겠지.
여기에 어떤 목적으로 체류하던지 대한의 남녀들이여, 절대로 이용당하지는 말고 살거라.
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도 개만 보면 가영이는 집에 두고온 디올이를 걱정한다.
사료와 물을 듬뿍 줘놓고 왔다지만 아마 집안에 발을 들여놓을 때는 디올이의 용변을 조심해야 될것인데도 우리의 막내 딸인 가영이는 인정이 많아서 자나깨나 디올이 걱정에 애가 타는 모양이다.
갑자기 아내가 내가 쓰는 여행기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언제 이렇게 많이 썼고 뭘 그리도 쓸것이 있었더냐는 질문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이런 일은 누가 시킨다고 해서 강제로 되는 일은 결코 아니다.
내 마음속에서부터 좋아서 하다보니 절로 의욕이 우러나서 하는 일이며 여행을 가서 보고 느꼈던 것, 들은 것들까지도 기록으로 남겨두고 언제던지 이것만 읽는다면 당시의 일정까지 세세하게 떠오를 정도가 되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있다는 생각까지 가져야 한다.
이제 여기에는 디지털 카메라까지 보조역할을 해주니 금상첨화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들은 내가 쓸데없는 곳에 너무 카메라를 많이 찍어대므로서 밧데리가 쉬이 닳는다고 아우성이며 내가 찍은 사진의 해상도가 낮아서 보존가치도 없다는 핀잔을 서슴치 않는다.
거기에도 변명의 꺼리는 있는데 지나가는 차량내부에서 도로옆 풍경을 하나라도 더 담아보겠다고 의욕이 넘치다보니 흔들리는 찻속이라서 의욕만큼 화면발이 받쳐주질 못하는 것일 뿐이며 내가 비록 베트남에서 찍어왔던 사진들 가운데 많은 분량이 가을이의 손에 편집되어 사라졌지만 나도 발전의 과정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
좌충우돌 우리 가족들은 제발 가장의 헌신적인 노력을 알아 달라. 알아 달라. 알아 달라.(두주먹을 불끈 쥐고 데모하듯이.....)
아침식사는 나와 애들만 내려가서 먹고 올라왔는데 어제보다 메뉴가 빈약했고 아내에겐 토스트와 쨈만 가져다가 주었으며 현미가 개미가 있으니 과일을 드실 때 조심하라고 하는 말을 듣고 파인애플이 있는 곳으로 가봤더니 파인애플속에 조그마한 개미가 수도 없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고 자세히 보니 다른 음식물의 국물이 떨어진 곳에도 개미는 도처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호텔식당에서도 원체 많은 개미는 처치곤란이며 위생상태가 결국 이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까에 이어서 다시 한번 말하겠는데 엊저녁에 그린벨트에서 너희 둘이서 팔짝 뛰어 오르며 움직이는 동작을 찍는다고 몇번씩 카메라를 들이대던데 나도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름대로 가치창조를 하는 편인데도 괜히 나만 갖고 야단이쟎느냐는 말이다.
디카는 이제 웬만한 가정에서는 필수품이 된지가 오래인데 뱁스가족도 디카정도는 늘 소지하고 따라다닌다.
뱁스는 가는 곳마다 아카시아꽃을 먹는 것처럼 하얀 웃음을 제공하였는데 그게 보기에도 좋았고 뱁스의 웃음이 그들의 행복지수를 상승시키는데도 큰 플러스로 작용할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현미도 비록 혼자이긴 하나 디카를 지참하여 가는 곳마다 따로 사진을 찍어서 기억의 편린들을 모으고 갈무리를 해두는 것처럼 보였다.
뱁스부부는 둘이 모두 민다나오라는 섬출신인데 동갑내기이면서도 무척이나 아기의 임신을 기다리는 눈치였으며 이는 양육책임보다 기르는 재미를 먼저 생각하는 낭만적인 성격탓으로서 아주 치유하기 힘든 어떤 개인의 성품같은 것인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쉽사리 아기가 생기질 않는다고 한다.
09 :30경에 체크아웃을 알리자 득달같이 검사원이 들어와서 이곳, 저곳, 기물들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나는 속으로 아침에 아내가 실수로 깨뜨린 물컵을 발견해낸다면 변상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미처 발견을 못했던지 오케이 싸인을 보내므로 프런트에 가서 처음 투숙시 맡겼던 디파지(Deposit)를 되찾아서 택시로 현미네 방으로 짐을 옮기기 위하여 호텔밖으로 나왔다.
호텔에서 택시로 10분만 달리면 도심의 분위기는 빈민가형태로 급속히 바뀌는데 눈에 제일 먼저 띄는 것은 애들의 맨발차림이었다.
현미가 다닌다는 메트로코리아어학원은 한글로 된 간판도 있으며 11층짜리의 순수한 학원용의 건물인데 건물자체가 기숙사와 학원으로 꽉 차있었다.
건물의 방하나를 한국에서 언어연수차 온 동료와 같이 사용하는데 우리가 들어갔어도 우리에겐 아는 체도 하질 않고 대뜸 현미에게 "내 책 줘."라고만 말하는 품이 약간 싸가지가 없다는 첫인상으로 각인되었다.
설사 자기가 보려던 책을 현미가 빌려갔다손치더라도 손님과 함께 들어온 현미에게 첫번째로 말할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런 동료와 같이 한방에서 계속 지내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방에 굵은 기둥으로 칸막이가 되어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옮기지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현미는 거기에서 학원비와 방값, 그리고 식사비용까지 월 150만원정도씩을 지불한다는데 월(月) 5만페소라면 필리핀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도 못할 거금이었다.
방에서 나와 택시를 타려고 가다보니 길에 받쳐진 테디캡(자전거개량의 탈것)에서 또 몇사람의 노동자들이 동면하는 곰처럼 웅숭거린 채로 잠들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원래가 맨발차림이었는지 몰라도 발목까지 때가 더깨로 끼어있었고 사람이 올라탔음에도 자전거 바퀴에서 바람이 내려앉은 흔적조차도 보이질 않는 것이 빈약한 체구의 소유자라는 것을 짐작가능케 했다.
이곳에서는 하루살이 인생이라는 말처럼 웬만한 부자가 아니라면 자가용차량은 꿈도 못꾼다.
그리고 카톨릭이 성한 국가라선지 국민들 대부분의 용모가 남여 공히 짙은 쌍꺼풀과 커다란 눈에 원죄(原罪)의 슬픔같은 것을 가득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길에서 갑자기 아기를 안고 나타나 구걸을 청하는 여인처럼 미혼모가 혼자서 아이를 기르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했다. (제7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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