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스크랩] 좌충우돌가족의 필리핀 여행기 제8편.

도보사랑 2012. 9. 7. 08:40

호텔부페 식당의 음식에서도 개미가 발견되는 판이니 도마뱀, 바퀴벌레들과 동거하다가 왔다는 연수생들의 말도 맞는 것 같다. 

현미네 방에다가 짐을 갖다가 놓고나서 우린 택시로 다시 어제 갔었던 몰 오프 아시아  귀국용 선물을 사려고  갔는데 다시 봐도 바닷가 매립지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몰을 지어 마닐라시민들에게 쇼핑과 만남의 명소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여졌고  해변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利點)으로 인하여 2층에 올라가자 마닐라만(灣)에 위치한 앞바다가 훤히 손에 잡힐듯이 가까워 보였다. 

2층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는데 우연히 들렀던 장난감가게에서 확인했던 것으로  어린이용 게임기 1대에  무려 1995. 85페소의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우리 돈으로 약 6만원짜리인데 필피핀의 대졸 정신노동자의 임금이 시간당 55페소임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고가품이기 때문에 살 사람이 마땅히 없어야 정상인데도 그걸 사려는 사람은 꽤나 많았다.  

이곳은 지금 크리스마스와 신정연휴가 겹친 최대의 명절이라는데 그런 특수기(特需期) 를 맞아 모든 종업원들은 산타모자를 쓰고 매장마다 캐롤송을 울리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남아공화국 월드컵에서 나왔던 부부젤라를 가져다가  그야말로 나팔을 불어재끼고 있는 외에도 약간 멀리서는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간간히 총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게다가 올적에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듣기 시작하여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인 캐롤송은 왜 이다지도 지겹게 반복해서 틀어주는지 몰라도 이제 무감각해질 무렵이 되었으나  오히려 내 귀엔 더욱 민감해지는 기분이다.  이곳 사람들은 사방이 온통 소음투성이인데도 불구하고  즐거워서 못견디겠다는 표정들이며 주변의 소음을  오히려 즐기는 태도였다. 

가을이가 건물 2층상가에서 여기에 있을 무렵 즐겨서 사먹었다는 빵집을 안내했는데   우리 돈으로 1,100원짜리가 크기도 하거니와 맛도 좋았다. 

 아내도 이곳의 빵맛에 길이 들었던지 사가지고 가자고까지 한다. 

 저 사람이 지금 웬일로 저러나? 

오늘 아침에도 빵만 먹어서  속이 니글거릴만도 한데  저렇게 뒷맛이 달착지근한 빵을 사가지고 가자는 것이 이상하다. 

저 나이에 혹시 임신을?   ㅎㅎㅎ. ㅎㅎㅎ.  

2층의 공간이 있어 내려다 보니 바닷가를 배경으로 큰 무대장치의 조명공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다. 

가을이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 방송사의 생방송으로 가수, 배우등 유명연예인들이 이곳에 모여 송년(送年)잔치를 한다고 했으며  배경이 되는 바다쪽에는 잔뜩 찌푸린 날씨라 시계확보(視界確保)가 전혀 안되므로 정박한 배들의 형체조차 식별이 안되고 있었다.   

우린 몰 오프 아시아의 2층에 위치한 마사지숍에 들어가서 1인당 700페소를 주고 맛사지를 받기로 했는데 내겐 남자맛사지사가 배정이 되어 베트남에서의 여자맛사지사들처럼  힘이 없어 맛사지를 한것인지  주무르다 만것인지 모를 정도가 아니고  맛사지의 정형을 보여줬는데  아내와 애들에겐 아무 힘이 없는 여자들이 배정이 되어  실망했다는 말이 나왔었고  마지막에는 오일맛사지를 해놓고도 물에 적신 수건만 달랑 두장씩 주면서 알아서 닦아내라고 하므로서 기분이 잡치도록 만들고는 염치도 좋게 봉투를 내밀면서 여기에 100페소를 담아야 한다고  팁의 양을 주문까지 해댔다.  

경리를 맡은 가을이가 무슨 소리를 하느냐면서  3,500페소로 노팁을 선언하므로서 분은 풀렸지만 두고두고  생각날만큼  비싼  맛사지였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받은 맛사지값만도 1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마트에서 쇼핑을 하기 전에  미리 밥을 먹기로 하고 다시 어제 갔었던 챠오킹(超群)으로 갔는데 오늘은 어제처럼 팥빙수가 아니고 국수와 볶음밥을 시켰으며  여기엔 필리핀 토속음식이 아니고  프랜차이즈계통인  중국화상(華商)들답게  독특한 향료냄새도 없어서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이 있었다. 

러나 입이 짧은 우리 마나님과 가영이는 여기서도 깨지락거리며  왕성한 내 식욕을 보고  마냥 웃어댄다.  쇼핑을 위해서 부족한 페소화를 다시 보충하여 환전을 했다. 

이윽고 몰오프아시아에 딸린 거대 슈퍼마켓(상호는  SM마킷)에 들어가서    말린 망고와 과자등속을 샀는데  거기서만  2천페소를 썼다.  

필리핀에서는 국민들에게 신분증을 만들어 교부하는등으로서 정부의  행정적 업무편의를 도모하질 않다보니  길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어도 무연고자로 처리가 되는 일이 흔하며 교통사고를 내고도 뺑소니를 쳐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는 즉각적으로 청소년의 탈선으로 이어지는데  10대 초반의 로우틴들이 태연하게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도 스스럼없이 피운다고 한다. 

이를 제어할 법적인 수단이 없는 것인데 청소년들의 성(性)문제가  상상외로 심각하긴 하나 강간사건은 거의 일어나질 않는다니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다. 

쇼핑한 짐을 다시 현미네 방에 가져다가  놓고 대형수족관에 가야되는데  아침에 봤던 현미방의 룸메이트가 별로여서 나와 아내는 건물밖에 놔둔 의자에 앉아서 있고 애들만 방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현미네 룸메이트는 꼴에 공무원신분을 갖고 있었으며  근무지이던 용인시청에서 하도 불친절공무원이라는 민원을 자주 맞는 바람에 권고사직 압력에 직면하게 되자 그에 대한 타개책으로 언어연수를 지원하여 1년간 휴직을 한것이란다. 

이런 외국에서 만난 한국사람들끼리는 제법 살갑게 대해줘도 서로가  기분이 좋을 것을 아직도 저런 기본적인 소양조차 변함이 없다면 복직신청을 받아줘도 피해는 고스란히 용인시민들이 될것이라고 생각되어 찝찝한 기분이 되었다.  

어느 조직에나 그런 사람은 반드시 있는데 해외에 나가서도 어글리코리안의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인간상을 나는 드디어 봐버렸노라.  그리고 느꼈노라. 반드시 솎아내야 하리라고(제7편끝) 

출처 : ♥오로라의 향연♥
글쓴이 : 냉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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