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돈 때문에, 종교때문에, 사랑때문에..헤어지는 콩가루 가족들'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시청률 대박을 기록하는 방송사의 이른바 막장드라마. 부모님의 유산을 가지고 형제와 자매가 다투고, 인연을 끊고 살며, 심지어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일은 더이상 막장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OECD 최고의 이혼율(2012년 기준 11만4300쌍)을 기록하며, 한 해에도 수만 건의 패륜범죄가 발생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비단 돈 문제 뿐 아니라 내 사랑, 내 직업, 내 취미를 이해해 주지 않으면 가족도 보지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모의 강요와 개인주의 성향의 증가로 갈등 끝에 가족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는 것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가족에 이별을 고하는 답답하고도 슬픈 2014년 한국의 자화상을 살펴본다.
▶돈 때문에 등 돌리고, 종교로 갈등하고...아픈 가족들= 박모(40) 씨는 돈 때문에 집안이 콩가루가 됐다. 집안의 큰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재산을 독식하면서 형제끼리 갈등이 생긴 것. 부친을 일찍 여읜 박 씨는 "나를 아버지로 여기라"는 큰아버지를 크게 신뢰하면서 살아왔다. 갈등이 생긴 것은 박 씨의 조부가 사망한 이후.
오랫동안 의사생활을 하면서 백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조부의 사망 후 조부를 모시고 살던 큰아버지가 조부의 재산 90%가량을 독식했다.
또 선대의 고향 선산과 임야도 가족과의 상의없이 큰아버지 앞으로 등기정리를 한 사실을 알고 갈등은 극에 달했다.
박 씨를 비롯해 유산 상속권한이 있는 친척들은 큰아버지가 조부 사망시 유언증을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이 커지며 가족들 중 몇몇은 인연을 완전히 끊었고 일부는 여전히 재산을 중심으로 갈등하고 있다.
박 씨는 "큰아버지는 나에게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라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못 꺼내고 있다"면서도 "괜히 사촌 형과 동생까지 미워지고 앞으로 관계가 멀어질 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종교때문에 가족간의 사이가 멀어진 경우도 있다.
오모(41ㆍ여) 씨는 3남3녀의 대가족에서 자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 가족행사를 하면 수십명이 몰릴 정도로 끈끈한 친척관계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10년전부터 큰 아버지의 집에 발길을 끊고 살고 있다.
이유는 집안의 장손인 큰아버지의 맏아들, 즉 사촌오빠가 목사가 되고나서부터였다.
원래 불교에 가까웠던 오 씨의 집안에서 장손이 기독교 신자가 되며 친척간의 종교갈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촌오빠는 제사를 지내지 않으려는 것은 물론이고, 절을 찾는 친척들을 만날때마다 비판을 가했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척들은 명절때도 한자리에 모이기를 꺼려했다.
졸지에 오 씨는 30세 이후 큰 집에서 제사는 물론, 찾아가지도 못하게 되는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떠나가는 자식들, 빈 둥지에 남겨진 부모들= 이병수(68ㆍ가명) 씨는 영등포의 한 지하방에서 4년째 혼자 살고 있다.
2명의 아들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이 씨는 "10여년 전 사업이 실패한 후 갈등이 커졌고 자식들이 결혼을 한 후에는 아예 연락도 두절됐다"며 이혼한 전 처에게는 자식들이 연락을 계속하고 있지만 자신을 찾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이 자녀가 떠나가고 노인들만 생활하는 이른바 빈둥지 가구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통계개발원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10년단위로 분석한 결과 빈 둥지 가구는 1990년 21.3%에서 2010년에는 32.1%로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자녀 동거가구는 같은 기간 20.0%에서 14.6%로 줄었다.
개인주의의 확대와 같은 시대상과 핵가족화라는 추세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와 같은 가족의 해체는 고스란히 노년 세대에 화살로 돌아온다.
경제적 문제에서 약자인 노인들이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곤궁함속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서도 빈 둥지 가구의 경우는 본인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39.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설날이전 지난 31일 서울 응암동에서는 90대 독거노인 A 씨가 홀로 숨진채 발견되기도 했다.
A 씨는 7명의 자식이 있었지만 왕래 없이 혼자지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의 단절로 인한 가족의 해체, 콩가루化...패륜범죄도 증가한다= 갖가지 이유로 가족과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대한민국은 '콩가루 집안'이 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잘 뭉치지 못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집안을 지칭하는 이 단어는 콩가루가 다른 곡식가루에 비해 점성이 없고 잘 흩어지는 성질을 빗대어 굳어진 말이다.
다른 가루도 많지만 굳이 콩을 예로 든 이유는 콩이 다름아닌 가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마치 한 집안에 여러 식구가 같이 사는것과 마찬가지로 콩의 깍지 안에는 여러개의 콩이 함께 모여있는 모습이 가족을 상징한다는 것.
현대의 가족사회가 이른바 콩가루化가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단절이 꼽힌다.
헤럴드경제가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지난 11월 직장인 608명을 대상으로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를 묻는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25.8%(157명)가 '10분 미만'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약 3명꼴로 하루 중 채 10분도 가족과 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족간 불통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도 이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가족ㆍ친족을 대상으로 살인ㆍ강도ㆍ성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검거된 이는 모두 2만1751명으로 전년 대비 15%(2850명) 증가했다. 범죄통계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한 1994년(1만7461명)에 비하면 24.6%(4290명) 증가한 것이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패륜범죄를 살펴보면 가족이 해체된 경우가 많았다. 부모 이혼 등으로 긴밀한 유대관계가 끊어졌거나, 가정 내 교육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이처럼 한 집에 같이 살아도 소통이 없어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해지다 보니 한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친족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 다시 가정에서 이뤄져야 가족간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OECD 최고의 이혼율(2012년 기준 11만4300쌍)을 기록하며, 한 해에도 수만 건의 패륜범죄가 발생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비단 돈 문제 뿐 아니라 내 사랑, 내 직업, 내 취미를 이해해 주지 않으면 가족도 보지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모의 강요와 개인주의 성향의 증가로 갈등 끝에 가족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는 것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가족에 이별을 고하는 답답하고도 슬픈 2014년 한국의 자화상을 살펴본다.
▶돈 때문에 등 돌리고, 종교로 갈등하고...아픈 가족들= 박모(40) 씨는 돈 때문에 집안이 콩가루가 됐다. 집안의 큰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재산을 독식하면서 형제끼리 갈등이 생긴 것. 부친을 일찍 여읜 박 씨는 "나를 아버지로 여기라"는 큰아버지를 크게 신뢰하면서 살아왔다. 갈등이 생긴 것은 박 씨의 조부가 사망한 이후.
오랫동안 의사생활을 하면서 백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조부의 사망 후 조부를 모시고 살던 큰아버지가 조부의 재산 90%가량을 독식했다.
또 선대의 고향 선산과 임야도 가족과의 상의없이 큰아버지 앞으로 등기정리를 한 사실을 알고 갈등은 극에 달했다.
박 씨를 비롯해 유산 상속권한이 있는 친척들은 큰아버지가 조부 사망시 유언증을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이 커지며 가족들 중 몇몇은 인연을 완전히 끊었고 일부는 여전히 재산을 중심으로 갈등하고 있다.
박 씨는 "큰아버지는 나에게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라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못 꺼내고 있다"면서도 "괜히 사촌 형과 동생까지 미워지고 앞으로 관계가 멀어질 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종교때문에 가족간의 사이가 멀어진 경우도 있다.
오모(41ㆍ여) 씨는 3남3녀의 대가족에서 자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 가족행사를 하면 수십명이 몰릴 정도로 끈끈한 친척관계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10년전부터 큰 아버지의 집에 발길을 끊고 살고 있다.
이유는 집안의 장손인 큰아버지의 맏아들, 즉 사촌오빠가 목사가 되고나서부터였다.
원래 불교에 가까웠던 오 씨의 집안에서 장손이 기독교 신자가 되며 친척간의 종교갈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촌오빠는 제사를 지내지 않으려는 것은 물론이고, 절을 찾는 친척들을 만날때마다 비판을 가했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친척들은 명절때도 한자리에 모이기를 꺼려했다.
졸지에 오 씨는 30세 이후 큰 집에서 제사는 물론, 찾아가지도 못하게 되는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떠나가는 자식들, 빈 둥지에 남겨진 부모들= 이병수(68ㆍ가명) 씨는 영등포의 한 지하방에서 4년째 혼자 살고 있다.
2명의 아들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 이 씨는 "10여년 전 사업이 실패한 후 갈등이 커졌고 자식들이 결혼을 한 후에는 아예 연락도 두절됐다"며 이혼한 전 처에게는 자식들이 연락을 계속하고 있지만 자신을 찾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이 자녀가 떠나가고 노인들만 생활하는 이른바 빈둥지 가구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통계개발원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10년단위로 분석한 결과 빈 둥지 가구는 1990년 21.3%에서 2010년에는 32.1%로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자녀 동거가구는 같은 기간 20.0%에서 14.6%로 줄었다.
개인주의의 확대와 같은 시대상과 핵가족화라는 추세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와 같은 가족의 해체는 고스란히 노년 세대에 화살로 돌아온다.
경제적 문제에서 약자인 노인들이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곤궁함속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서도 빈 둥지 가구의 경우는 본인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39.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설날이전 지난 31일 서울 응암동에서는 90대 독거노인 A 씨가 홀로 숨진채 발견되기도 했다.
A 씨는 7명의 자식이 있었지만 왕래 없이 혼자지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의 단절로 인한 가족의 해체, 콩가루化...패륜범죄도 증가한다= 갖가지 이유로 가족과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대한민국은 '콩가루 집안'이 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잘 뭉치지 못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집안을 지칭하는 이 단어는 콩가루가 다른 곡식가루에 비해 점성이 없고 잘 흩어지는 성질을 빗대어 굳어진 말이다.
다른 가루도 많지만 굳이 콩을 예로 든 이유는 콩이 다름아닌 가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마치 한 집안에 여러 식구가 같이 사는것과 마찬가지로 콩의 깍지 안에는 여러개의 콩이 함께 모여있는 모습이 가족을 상징한다는 것.
현대의 가족사회가 이른바 콩가루化가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단절이 꼽힌다.
헤럴드경제가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지난 11월 직장인 608명을 대상으로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를 묻는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25.8%(157명)가 '10분 미만'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약 3명꼴로 하루 중 채 10분도 가족과 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족간 불통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도 이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가족ㆍ친족을 대상으로 살인ㆍ강도ㆍ성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검거된 이는 모두 2만1751명으로 전년 대비 15%(2850명) 증가했다. 범죄통계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한 1994년(1만7461명)에 비하면 24.6%(4290명) 증가한 것이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패륜범죄를 살펴보면 가족이 해체된 경우가 많았다. 부모 이혼 등으로 긴밀한 유대관계가 끊어졌거나, 가정 내 교육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이처럼 한 집에 같이 살아도 소통이 없어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해지다 보니 한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력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친족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이 다시 가정에서 이뤄져야 가족간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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