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산, 칠현산 산행(2018. 2.15)
지난주 안성 죽주산성 산행후 복귀길에 잠깐 들렀던 칠장사에 다시왔다. 뒷산 칠장산(492.4m)과 칠현산(516.2m)을 산행하기 위해서다.
구정연휴 첫날이라 인적은 없고 대웅전 풍경소리만 청아하다. 칠장사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대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였고 고려 현종 5년(1014년) 혜소국사가 왕명으로 중창하였다고 한다.
칠장사엔 여러 구전이 내려오는데 궁예가 10세까지 활쏘기를 하며 유년을 보냈다는 활터가 남아있으며 조선 영조때 암행어사 朴文秀가 과거시험을 보기위해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 나타난 혜소국사가 과거시험 試題를 알려주어 장원급제(25세에 첫 응시후 3수째인 32세에 합격) 하였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박문수는 아래 뛰어난 서정을 노래한 '夢中登科詩'를 지어 장원급제하였다.
토해낼듯 넘어가는 붉은 빛은 푸른산에 걸리고 기러기는 흰구름 사이로 사라지네.
나루를 찾는 나그네의 채찍질은 빨라지고 깊은 절로 돌아가는 스님의 지팡이도 바빠지네.
초원에서 풀뜯는 소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댓돌위에서 신랑을 기다리는 아낙의 쪽머리는 뒤로 젖혀지네.
저녁 푸른연기는 고목사이 남쪽마을 계곡에 피어오르고.....
(혜소국사는 여기까지 시상을 현몽해주었고)
박문수는 나머지 7언을 '短髮樵童弄笛還(나무하는 떠꺼머리 총각은 즐겁게 풀피리를 불며 돌아오는구나)'으로 마무리했다.
칠장산을 오르는 첫길목엔 초록의 대나무잎이 무성하나(그래서 여기를 죽산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속에 잔설이 남아있다. 산능선에 부는 바람은 세차고 스틱을 잡은 장갑낀 손도 시리다.
부모님 계시지않는 고향이라 가보지 못하고 홀로 나선 산행이지만 중간에 나같은 나홀로 산행객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함께 걸었다. 나보다 3살아래 충북 음성이 고향이며 서울 암사동에 살고있으나 은퇴후 칠장사부근에서 전원생활을 하고싶어 자주 온다고했다. 3년전부터 산행에 입문하여 한국 100대 명산중 벌써 95개 산을 밟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앞에서 다람쥐처럼 빠르게 달린다.
정상에서 가져간 따뜻한 오미자차로 몸을 녹였다. 산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은 모두가 다 정겹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羅漢님이다.
오늘 산행길, 과거에 급제하여 민심을 잘살피고 타락한 지방 토호를 꾸짖은 어사 박문수에겐 혜소국사가 나한님이지만 나에겐 산행의 진수와 백미, 그 즐거움을 들려준 나홀로 산행객 남00님이 나한님이다.
* 아침 09:30분에 집을 나서서 10:30분부터 1430분까지 9km 산행
* 코란도로 칠장사까진 국도로 이동, 복귀시에는 진천-평택고속도로로 왔다. 구정 연휴라 톨비는 무료였다.
(칠장사 주차장에서 정면으로 본 누각?)
(대웅전. 1780년대에 재중건되었다고 하는데 고색창연하고 풍경소리가 청아하다)
(조선시대 만들었다는 범종이다)
(궁예가 활쏘기를 했다고 구전되는 활터)
(박문수가 혜소국사로부터 과거 장원급제 시를 현몽받았다는 나한전)
(칠장산 정상. 저멀리 진천산야가 보인다)
(칠현산 정상. 좁은 공간이나 소박한 느낌을 준다. 우연히 만나 동행산행을 하고 사진을 찍어준 남00님이 고맙다)
'즐거운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산 영인산 산행 (0) | 2018.02.19 |
---|---|
천안 태조산 산행 (0) | 2018.02.18 |
죽주산성 산행 (0) | 2018.02.10 |
원대리 자작나무 산행(2018. 2. 4) (0) | 2018.02.05 |
설악산귀떼기봉 산행(2017.5.21) (0) | 2017.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