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피서(2018. 8. 4, 토), 안동 도산서원, 봉화 청량사
단양, 풍기를 거쳐 오늘은 안동이다. 계획한것은 아니었지만 오르고싶은 산을 따라 내려오다보니 우연히도 퇴계의 삶이 온전히 살아숨쉬는 공간을 밟게된것이다. 예전에 퇴계가 태어난 도산면 온혜리 퇴계태실을 둘러본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퇴계학문의 산실을 찾았다.
도산서원, 송림이 울창한 한박메기 기슭 낙동강 언덕에 아늑하게 자리하여 조선성리학의 깊이를 더하고 이나라 교육사상의 원천지가 열린곳이다.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되어 영남 유림의 정신적 구심점이 된곳이다. 퇴계가 제자들을 기르기위해 선택한 이 장소, 양쪽 산기슭이 절벽을 이루고 앞으론 탁트인 넓은 들을 감싸안으며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있다. 천리를 깊히 헤아리고 인간의 정신세계를 탐색하는 엄숙한 수도의 도장이다. 오늘날의 대강당, 기숙사, 도서관의 기능을하는 여러 건물들중 퇴계가 4년에 걸쳐 몸소 지어 제자들을 가르치며 거처한 도산서당이 제일 눈길을 끈다. 서당옆에 심어진 매화나무는 퇴계 사상의 근원이된 삶의 뿌리, 인간의 도리를 보는것같다. 조선성리학의 순기능, 역기능을 논하기이전 한인간이 치열하게 사유의 깊이를 더해간 삶의 노정에 경외심을 가지게된다.
도산면과 인접해있는 봉화 청량산은 십수년전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와본적이 있다.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열두봉우리를 퇴계는 '청량산 육육봉'이라 부르며 주자의 중국 무이산 육육봉과 연결시켜 청량산을 조선의 무이산으로 삼았다. 자연에도 인간의 사상과 숨결이 새겨져 있는것이다. 장인봉에 이르기전 출렁이는 하늘다리는 후들거렸던 다리와함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청량사까지만 올랐다. 청량사 청량수를 한모금 마시면서 이번 여름 피서를 여기에서 마무리짓고 싶었다. 세상사는 정복하는것이 아니고 내려놓는것임을 이번 산행을 통해서 깨달았기에...
하산 무렵에 나의 이번 여름 피서여정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 고시성 동기에게 문자를 보냈다. 동해안 영덕까지 가려고한 계획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집으로 복귀한다고...
친구는 휴가를 보내고있는 고향 문경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용궁 박달식당 순대국밥에 막걸리한잔후 그 유명한 삼강주막과 회룡포를 보여주었다. 낙동강을 사이에두고 예천과 문경이 있는곳이다.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가는 영남의 유생들은 주막에서 따뜻한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나루를 건너 문경세재를 넘었을것이다. 회룡포는 안동 하회마을과 닮았지만 고립된 마을이 넓고 깊어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것 같았다. 친구는 자기직무에 충실했던 동기생 조현천의 고향이 바로 이 부근이라한다.
나를 불러준 친구가 고맙다. 올 무더운 여름도 곧 끝날것이다. 기다리는 비도 내릴것이다. 오늘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경계로한 문경과 예천의 두동기생이 회룡포 모래길을 함께 걷는 날이 빨리왔음 좋겠다. 그날 나를 또한번 불러주면 기꺼이 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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