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피서..월악산 영봉산행(2018. 8. 2, 목)
다들 떠나는 피서철, 혼자 길을 나섰다. 집사람은 고3 막둥이 학업 supporting해야하기에 수능끝나고 선선한 가을에 가족여행하기로하고... 무더운 날씨인데도 도로엔 피서떠나는 차량들이 가득하다. 혼자 나서는 길은 피서가 아니라 방랑길이다. 네비게이션에 제천 덕주사를 맞추었다. 네비게이션은 가본적없는 생소한 길을 따라 목적지에 정확하게 바래다준다.
나침의, 네비게이션없는 옛날엔 어떻게 살았을까? 이점에서 조선인물중 가장 창의적이고 의지적인 인물은 오로지 발로걸어 한반도 지도를 완성한 김정호, 삿갓쓰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전국을 주유한 김병연이 으뜸이다.
특히 김병연은 결혼하자마자 부인을 떠나 전국을 떠돌아 다녀 부인을 평생 생과부로 만들었다. 20세에 집 영월을 떠나 40여년간 방랑길 삶을 살았다. 권력자와 부자를 조롱하는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병연의 글은 두보와 이백보다 더 창의적이다. 병연의 조부 김익순은 홍경래난때 진압공적을 조작하여 조정을 능멸한 죄로 폐족이 되었다. 병연은 뛰어난 글솜씨로 영월 향시에 급제하였는데 그때 지은 글이 조부를 비판한 글이었다고 한다. 병연이 벼슬을 포기하고 문전걸식하면서 전국을 방랑한 연유가 김익순이 병연의 조부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였다는 설과 향시당시 조부에관한 집안내력을 이미 알고 글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죽어 영월 땅에 묻힌 병연만이 진실을 알뿐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크게 4차에 걸쳐 전국을 주유했다. 처음은 결혼하자마자 자식만 만들고 고향을 떠나 금강산을 구경하고 동해안을 따라 온성, 종성까지 올라갔다가 영월 집으로 복귀했다. 두번째는 한양을 거쳐 조부의 흔적이 있는 평안도 땅 안주, 정주, 강계지역을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장성한 아들과는 부자간 혈육의 정은 느낄수가 없었다고 한다. 세번째는 충청도를 거쳐 안동, 부산 동래, 남해안등 경상도 땅을, 마지막 네번째는 공주를 거쳐 전라도 지역을 두루 다녔다. 이때는 60세 가까이되어 이미 쇠잔해진 몸이었기에 동복(화순)에서 객사하였다. 병연에게는 아마도 평안도땅 유랑길이 제일 가슴에 남아있을것이다.
산행하면서 이런 김병연의 삶에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나도 영원한 자유인을 꿈꾸는 모양이다. 산행은 덕주사를 13시30분에 출발하여 마애불~송계삼거리~신륵사삼거리~영봉(1097m)에 이르는 왕복 약 10Km의 거리다. 후백제 견훤이 이곳에 궁궐을 지으려했다가 무산되었다하여 와락산이라고도 불리는 월악산 영봉은 전국 5대 악산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여기에와서 알았다. 마애불을 지나니 철계단길이 자주 나타난다. 숲은 있지만 염천에 바람 한점없다. 이온 음료, 얼린물을 포함하여 물을 3통이나 가져갔는데 영봉 정상전에 동이 나버렸고 탈수현상도 왔다. 상태가 좋지않은 우측무릎에도 계속 신호가 오고...
마지막남은 영봉 가파른 철계단길이 무려 500미터 이상 거리다. 물도 떨어지고, 무릎도 안좋고, 정상 정복시 일몰로 하산길이 어두울것 같고... 영봉 하단에서 사진만 찍고 하산했다. 준비가 부족하고 능력이 따르지않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것도 용기이고 나자신과 주변에대한 책임의식이다. 아쉬웠지만 하산시 바라본 충주호와 줄이은 봉우리들의 조망은 정말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내려놓으면 다 좋게 보이는것이다.
이 무더운 날씨에 BH 비서진들도 험준한 월악산은 아니더라도 북한산 산행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직접 느껴보면 좋겠다. 만백성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위정자와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경제폭망과 적에게 길을 터주는 희안한 안보, 석탄세탁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불신과 국가위신을 실추시키는 것은 한마디로 준비부족과 함량미달임을 인식하고 일찌감치 포기하는 용기를 가지기를 바란다.
김병연이 살아있다면 어떤 조롱의 글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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