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피서(2018. 8. 3, 금), 소백산 연화봉 산행
무더운 날씨임에도 월악산의 밤공기는 서늘하다. 5시30분에 일어나 새벽공기를 가르며 청풍 수산면, 두항리 설마동 계곡을 거쳐 장회나루터에 왔다. 인적은 없고 덩그러니 유람선이 정박해있다. 구담봉을 앞에두고 강과 산, 하늘과 물이 시야에서 하나로 어우러져 대자연의 비경이 펼쳐진다. 대자연의 엄숙함과 장관의 경치앞에서 내가 한없이 겸손해지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된다. 알프스의 짤츠캄머굿, 하노이 하롱베이가 자연이 빚은 천경이라면 청풍호수는 인간의 손이 빚은 천경이다.
장회나루터는 단양군수 퇴계이황과 관기 두향의 사랑이야기가 간직된 곳이다. 퇴계는 48세 나이에 단양군수로 부임했는데 퇴계의 인품과 학문을 흠모했던 19세의 관기 두향은 퇴계의 매화사랑을 익히 알고있었기에 단양에 부임한 퇴계에게 그동안 고이 길러온 분매를 보내 환영의 뜻을 전했다. 퇴계가 둘째아들 채의 부음을 듣고 슬픔에 빠졌을땐 장회나루 강선대에 올라 퇴계를위해 거문고를 탔다. 퇴계가 풍기군수로 떠나는날 두향은 정성을 다해 기른 매화분을 퇴계에게 정표로 주었고, 퇴계는 죽는 순간에도 "매화분에 물주는 일을 잊지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성리학을 통해 우주의 운행원리와 인간 삶의 이치를 평생 연구한 대유학자도 남녀간의 사랑엔 어쩔수 없는가보다. 장회나루터를 벗어나 단양시내로 들어오니 퇴계의 인간적인 삶의 흔적이 더욱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죽령을 넘어 희방사 제1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아침식사후 봄이면 철쭉이 유명한 소백산 산행을 시작한다. 희방사~희방폭포~연화봉(1383m)~소백산 천문대~제2연화봉까지 왕복 약 9Km의 거리다. 월악산과 달리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으니 발걸음도 어제보단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희방폭포앞에선 희방사로 가는 보살 한분이 셔트를 눌러주었다. 이것도 베푸는 자비의 한모습일것이다. 철계단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가파르지 않고 고무패트를 깔아 충격도 덜하다. 일부 능선길에도 고무패트를 깔아 산행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름모를 야생화, 풀한포기 모두 소중하지 않은것이 없다. 연화봉 정상에서 바라본 비로봉과 기름진 풍기땅, 푸른하늘에 점점 뭉개구름, 말그대로 연꽃속에 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다.
하산도중 전해진 이석구 기무사령관 경질소식, 이 염천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키는 자연과 인간의 사랑에 비하면 가벼운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힘들어도 부단히 앞으로 발을 옮기는 이순간만이 소중할 뿐이다.
오늘의 산행은 인간 퇴계의 사랑을 생각해보고, 나라에 목숨바치는 군인이랍시고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도 못하고 불효한것에 대한 참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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