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대중국 외교 어떻게 볼 것인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민간 기업인 600명과 관리 200명을 인솔하고 10월 25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일본총리로서는 7년만인데 아베 신조의 방문은 아주 절묘하다. 국내언론 보도는 외교적 맥락을 전혀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읽는 국민들도 일본은 아주 교활하다든지,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배신하고 궁지에 몰린 중국에 숨통을 열어주는 게 아니냐는 식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밖에 바라볼 수 없다.
아베 총리의 방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대중 ODA(대외개발원조)의 중단 선언이다. 아베의 방중직전 고노다로 외상이 미리 밝힌 것처럼, 아베는 약 40년 동안 지속된 대중 ODA가 역사적 사명을 마쳤다고 선언했다.
ODA는 중국의 등소평이 1979년 개혁 개방을 선언했을 때부터 미국과 일본이 제공한 것이다. 중국이 소련과는 관계가 좋지 않았던 당시 중국이 자본주의의 길을 걸으면 궁극적으로 서방측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일본은 1979년부터 지금까지 565억엔 위앤화로는 2551억 RMB란 막대한 자금을 저리이자 형태로 중국에 지원했다.
일본의 지원을 받아 건설된 중국내 인프라는 상당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까지 사용된 서우두(首都)공항과 베이징의 오수처리시설, 한국의 삼성 의료원쯤에 해당되는 베이징의 최고 의료시설인 셰허이위앤(協和醫院), 상하이 푸동공항, 상하이 바오강(寶鋼), 우한(武漢)의 창쟝(長江)제2대교등 수없이 많다.
하지만 중국은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에 대한 앙금이 있고 중국정부도 반일민족주의를 체제유지에 이용해 왔기 때문에 일본이 경제원조를 해왔다는 사실을 쉬쉬해 왔다.
이번 방중에 즈음해 아베 총리의 선언이 있자 중국 관영매체들도 내키지는 않지만 일본이 중국의 개혁개방에 이바지했다고 인정했다. 최근 몇 년동안 일본관광에 나섰던 중국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반일감정이 상당이 희석된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일본이 경제원조를 해왔던 사실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아베의 외교는 아주 절묘하다. 비록 일본 대중 ODA 제공 중단을 선언 했지만 실질적인 타격은 없다. 대규모 금전 원조는 2008년에 끝났고 이후에는 소규모 개별원조와 기술지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실질적인 타격은 없지만 위신을 구기게 된 것이다. 이런 중국 지도부의 심정을 중국속담으로는 야바츠황롄 여우쿠숴부추(哑巴吃黄连 有苦说不出)즉 벙어리가 쓴 황련(黄连)을 먹고도 쓰다고 말을 못한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일본은 5년만에 중국과 2천억 위앤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를 역으로 보면 중국이 일본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기축통화국이 될 것이라면서 의기양양했던 중국이 숙적 일본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중국은 증시 폭락과, 부동산 버블, 인민폐 평가절하, 외환보유고 급감 등으로 경제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ODA중단 선언으로 아베 신조는 일본국내의 반중감정을 이용해 지지도를 올릴 수 있고 중국같은 경제대국에 원조를 끊음으로서 당당히 할 말을 했다는 것을 외교성과로 내세우는 1석 2조의 효과를 올린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중우호 40주년에 즈음해 양국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키겠다면서 중국의 체면도 세워줬다. 중국의 일대 일로에 협력할 것이 있으면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 일대 일로가 파탄 나고 있는데 일본이 아무런 고려 없이 중국 좋은 일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일본의 의도는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중국에 편승하는 척 하면서 이익을 보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미 진출한 태국 고속철 사업에 일본은 3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엔화 차관과 기술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방중 이후 인도의 모디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중국에 ODA제공 중단을 선언한 일본은 인도에 3천억엔의 차관을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인도와 해상전략, 지역안보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인도에 바다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정 US-2를 판매한다는 계획도 있다.
겉으로는 일본이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어 미국과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가까워지는 움직임조차도 일본의 대미 협상력을 높여준 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일본의 외교력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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