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일본에서 제일 오래된 기업

도보사랑 2018. 12. 25. 18:11

세계최고(世界最古)의 기업 콩고구미(金剛組), 그리고 나니와부시(浪花節なにわぶし)

 

일본에는 15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이 2만2천개에 이른다. 창업 200년 이상 된 기업은 전 세계에서 5586개인데 이 가운데 56%가 일본이라고 한다.

 

독일도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기업 영속성의 척도인 장수기업에 관한한 일본은 세계최고다. 창업 천년(千年)이 넘는 기업은 7개 이상이다. 이 가운데 최장수 기업은 2018년 기준으로 1440년이 된 콩고구미(金剛組)다.

 

사찰건축과 보수 재건을 전문으로 하는 콩고구미(金剛組)의 역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코지키(古事記)의 편찬시기보다 130년 이상 빠른 서기 578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쇼토쿠태자(聖徳太子)가 오사카에 시텐노지(四天王寺)를 세우기 위해 백제로부터 3명의 장인을 초청했는데 이 가운데 한명인 콩고시게미쯔(金剛重光)가 오사카에 남아 관련기술을 전승한 것이 콩고구미의 유래다.

 

콩고구미는 이후 오사카를 중심으로 신사와 불각의 건축과 수리를 도맡아 해왔다.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등록된 에도성, 오사카성, 국보인 스미요시타이샤(住吉大寺)를 복원하고 수리도 했다. 콩고구미는 1400여년을 이어 내려오는 동안 직인(職人)의 기술이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계승돼 왔다. 아스카 시대에 창업할 때부터 미야다이쿠(宮大工みやだいく궁궐도편수)의 기술이 제자에게 제자로 전해졌고 현재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콩고구미에서는 현재 칸사이(関西)에 6개조 칸토(関東)에 두 개조 등 모두 110명 정도의 미야다이쿠가 일을 하고 있다. 1400년 이상 전승된 국보급 문화재를 다루는 미야다이쿠의 실력은 대단하다. 목조건물에서 쇠못을 쓰지 않고 나무만으로 끼워 맞추는 기술이나 화장지의 3분의1인 6미크론의 두께로 나무를 깎는 대패절삭의 정밀도, 목재의 개성에 따라 사찰의 독특한 곡선을 만들어 내는 눈썰미가 그것이다.

 

콩고구미는 파산위기도 겪었다, 1955년 주식회사가 된 뒤 신사불각(神社仏閣) 전문건축회사로 일을 도맡아 해왔지만 39대 당주가 일반건축분야까지 뛰어들며 사업을 확장했는데 입찰에서 저가경쟁과 채산성이 없는 공사를 수주하는 바람에 실적악화를 겪었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2006년 같은 오사카 지역에 있는 건설사 타카마쯔건설(髙松建設)그룹이 이를 인수한다. 타카마츠 그룹이 빈사상태의 콩고구미를 인수한 스토리를 일본인들은 나니와부시(浪花節なにわぶし)라고 표현한다. 나니와부시는 악기 샤미센(三味線)반주에 따라 인정이나 의리를 노래한 대중적인 곡인데 타카마쯔건설은 채산성 보다는 일본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콩고구미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타카마쯔건설 출신으로 콩고구미의 사장이 된 토네겐이치(刀根健一)씨는 2005년 인수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콩고구미가 무너지면 오사카의 수치다. 오래된 것은 한번 없어지면 두 번다시 되돌릴 수 없다. 오랜 세월 누적된 노력과 기술이 없어지는 것이다. 상인의 도시인 오사카의 상장기업으로 그냥 좌시할 수는 없다.”

 

콩고구미가 일반적인 건설회사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사찰건설사로 국보급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토네겐이치씨가 사카이(堺)시에 있는 콩고구미의 미하라(美原)구의 목재가공센터을 직접 방문하고 미야다이쿠(宮大工みやだいく)들의 실력을 목격하고 돈벌이에 상관없이 콩고구미에 전액출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단에 채권자들도 시텐노지를 지켜온 콩고구미의 기술을 우리들도 지키는데 한 몫을 하겠다면서 토네겐이치씨를 오히려 격려했다고 한다.

 

타카마쯔건설은 콩고구미를 인수하면서 옛날 간판도 그대로 살렸고 인력의 핵심인 미야다이쿠(宮大工)를 비롯한 종업원들도 모두 그대로 유지한다, 콩고구미가 다루는 신사와 불각은 미래에도 계속 보전해야 하고 그 보수와 재건은 역사의 기록이 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전통문화 계승의 주역이며 사찰 건축에서 세계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무장한 콩고구미는 자신들이 만든 건물은 300년 이상 남아야 한다는 신앙에 가까운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다.

 

콩고구미를 비롯한 장수기업이 일본에 집중된 이유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전국시대로 대표되는 일본의 전쟁이나 전투는 기본적으로 무사들 사이에 벌어진 것으로 직인과는 무관했다. 정권에 따라 직인 같은 전문직의 운명이 좌우되고 대대로 계승돼온 전통이 끊기는 사례는 일본역사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