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삼성산에서..(2018. 12. 22, 토)
안양 석수동에 있는 三聖山(480.9m)은 관악산의 줄기로서 오래된 소나무, 적당한 바위들이 있어 산행의 운치가 있다. 유서깊은 삼막사(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고려 태조가 중건)가 산 8부 능선에 위치하여 안양, 군포지역을 조망한다. 처가의 뒷산이라 예전에 자주 올랐다.
35년전 그땐 마을어귀에 마을의 수호신인 우람한 느티나무가 있었고 가재가 놀만큼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서울에서 근무할땐 휴일 집사람과 자주 와서 함께 산행을 하곤 했다. 지금은 옛모습이 모두 사라졌다. 일부 산을 석산으로 개발하여 남은 공터에 경인교대가 들어섰고 서울쪽 봉천동에서 이곳 삼막동으로 터널을 뚫었으며 몇년전엔 산허리를 잘라 안산에서 강남 양재에 이르는 도시고속도로를 개통했다. 마을 전체는 안양시가 자랑하는 삼막 맛거리촌으로 변모되었다.
추억속에만 간직된 옛모습을 되새겨보며 십 수년만에 걸어보는 길이다. 빌라와 까페들이 들어서고 있는 거리를 벗어나니 예전 나의 산행 초입 표지였던 금강사가 그대로 있어 산길에 접어들수 있었다. 산행길 중간중간 시원한 전망대에 서서 삼막마을을 바라보며 먼 옛날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넓은 처가 뒷뜰엔 오래된 감나무와 꽤넓은 텃밭이 있었다. 봄엔 나물을 캐고 가을엔 감따는 재미가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오면 장모님께서 노란 속이 꽉찬 배추를 수확하여 바다촌놈인 사위가 좋아하는 생선과 구수한 된장국으로 상을 차려주셨다. 장모님의 따뜻한 손길이 그립다...
덧없이 흘러간 시간들을 다시 새겨보는 걸음이다.
삼막사는 그대로 있네. 풍경소리 퍼지는 대웅전 처마위로 나는 까치들도 변함이 없구나. 오고가는 사람들만 바뀔뿐. 오늘 걸어보는 이 길도 겨울 눈이 내리면 다 덮어지고 누군가 새로운 발자국을 남기겠지...
다음 겨울 산행은 눈내리는 날 학오름 동기들과 함께 걷고싶다. 혼자 걷는 산행, Meditation이 아니고 고독의 길이 되기도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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