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행(2019. 2. 17, 일)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오늘, 학오름 동기들은 한양의 수호신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서울시민들이 자주 오르는 산이지만 저는 현역시절 승가사에서 비봉에 이르는 짧은 구간을 걸어본이래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오늘 산행은 눈이 부시도록 밝은 잔설에 뒤덮힌 북한산을 남북으로 횡단한 산행이었습니다. 평창동~문수봉~승가봉~사모바위~응봉능선~삼천사~56사단 북한산회관으로 내려온 약 11Km 거리, 5시간이 소요된 산행이었습니다. 오늘 산행엔 많은 인원들이 동참했는데 한번도 빠짐없이 멀리 대전에서 올라오는 김00 친구의 열정과 산사랑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수 없네요.
오늘 산행은 출발지인 평창동에 사는 박00 장군이 이끌었습니다. 매주 오르는 북한산이지만 오늘 학오름 산행을 위해 지난주 사전 정찰을 하는등 철저히 준비하였기에 산행대장으로서의 보폭이 예사롭지 않네요. 먼저 평창동의 유래부터 소개합니다. 74년 박정희 대통령이 배밭이었던 이곳 그린벨트를 해제한이후 빌라와 호화주택들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북한산 여러 봉우리들 아래 아늑하게 자리잡은 이곳은 서울시내 평균기온보다 2도정도 낮아 여름에도 선선하고 이른 아침엔 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떤다고 하네요. 실로 주위 아름다운 풍광과 고즈넉한 분위기에 시와 노래가 저절로 나올것 같습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소개하는군요. 권노갑, 김기춘, 차범근, 유명 기업인들이 모여사는 이곳이 산의 기운을 받아 수도 서울의 생명력을 계속 불어넣도록 좋은 일들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대성문에 이르는 구간 중간지점에 박정희 쉼터가 있네요. 평평한 바위석에 앉아 쉬면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막걸리잔 돌렸을것 같습니다. 우리도 돌아가면서 그자리에 앉아봅니다. 나라를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각오로 산정상에 오르면서 쉼없이 일한 부하들을 막걸리 한잔으로 격려한 그분이었음을 감히 상상해봅니다.
大城門엔 북한산성 축조 기록이 있군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후 두번 다시 치욕을 당하지 않기위해 1711년(숙종 37년)에 쌓은 것으로, 성곽의 길이는 7,620步, 21리 60보로서 총 6개 성문(대성문, 대남문, 대서문, 북문, 대동문, 보국문)이 있다고 합니다. 앞으론 국방을 튼튼히 하지못하여 사후약방문같은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문수봉(727m) 정상에 서니 화강암 덩어리인 북한산 봉우리들의 장엄한 기세와 찬바람에 날리는 소나무의 눈가루가 눈과 머리를 때리면서 "세상에 이런 곳이.."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서울 시민들도 우리들과 똑같은 감흥을 느끼는지요. 북한산 자락에 나라의 심장을 정한 선조의 지혜에 놀라지 않을수 없습니다. 친구들은 발아래 북악산과 인왕산을 보면서 정도전과 무악대사를 이야기합니다. 저멀리 3개봉이 눈앞에 확 들어옵니다. 백운대와 망경대, 그가운데 머리를 내밀은 인수봉입니다. 예로부터 이 3개 봉의 모습을 보고 북한산을 삼각산이라 불렀습니다. 병자호란후 청으로 끌려가면서 시를 읊은 주화파 김상헌이 생각납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도 수상하니 돌아 올날이 올동 말동 하여라"...구파발, 파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심양으로 향하는 김상헌의 심정이 삼각산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것 같습니다.
승가봉을 거쳐 사모바위에 이르니 비봉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사모바위밑엔 1.21사태의 주인공들, 북의 김신조 일당이 은신한 비트가 있다는데 보지는 못했습니다. 사모바위는 보이는 모습 그대로 紗帽冠帶이네요. 건너 비봉엔 진흥왕순수비가 뾰족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금석학의 대가 조선 김정희가 신라 진흥왕의 치적을 밝힌 비입니다. 창녕에서 북한산을 거쳐 함경도 황초령까지 국경을 넓힌 진흥왕의 기개와 의지를 보는듯 합니다.
응봉능선을 내려오면서 유격산악훈련을 했습니다. 군데군데 눈에 뒤덮힌 미끄러운 암벽을 로프를 잡고 내려왔습니다. 60대의 16명 전원이 한명의 낙오없이 하산했습니다. 산악대장 박장군이 북한군 124군 무장공비가 침투한 루트를 걸으면서 오늘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전원에게 특수훈련 수료증(?)을 하사했습니다. 이어 56사단 백운회관으로 이동하여 오늘의 산행을 축하하는 성대한 식사자리도 마련했군요. 서로의 축배와 돌아가는 술잔에 우리들의 우정은 더욱 쌓여갑니다.
수도서울에 자리한 천하명산, 북한산에 초대해주고 한명의 낙오없이 무사히 산행을 이끌어준 오늘의 산행대장, 복많이 받을꺼요. 멀리서 온 대전친구들 무사히 잘 내려가시게. 다음 산행 광교산에서 봅시다.
~평택 내려가는 기차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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