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학오름 친구들과..(2019. 4. 21, 일)
조금전 학오름 동기들과 헤어졌네요. 아침에 만나 함께 산행한 4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친구들과 추억속에서 함께하는 시간들은 웃음과 아쉬움속에 화살같이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이번 산행은 지난 3월 광교산 산행에 이어 기다림속에 다가와 오늘은 20명의 대부대가 2진으로 나누어 즐거운 마음으로 남한산성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남한산성은 북쪽의 북한산성과 함께 도성을 지키던 남쪽의 방어기지로서 둘레 약 8Km에 4문과 8암문 4장대가 있습니다. 신라 문무왕이 처음 쌓은 주장산성(일장산성) 옛터를 활용하여 몇차례 축조가 있었고 조선에 들어와선 이괄의 난과 청과의 뼈아픈 란의 역사가 배어있는 곳입니다.
넓은 성남, 광주군 평야에 우뚝 솟아 옛부터 해가 길고 소나무가 울창하여 청량산, 일장산 또는 주장산으로 불리웠던 이곳, 근처에 사는 친구는 아침에 일어나 남한산성을 바라보며 그 선명도를 확인하고 그날의 미세먼지 정도를 가늠한다고 합니다. 남한산성은 친구에겐 하루의 출발을 알려주는 기상계인것입니다.
산행은 오전 10시에 1진 마천역, 2진 산성역에서 각각 출발, 연주봉 옹성에서 합류하여 수어장대~서문~동문~남문~산성입구역으로 하산, 약 11Km를 걸었습니다. 난 1진에 속했는데 산에 영혼을 바친 산사나이 김00이 어제 지리산 남부능선 21Km를 종주하고 올라와 우리를 이끌어주었습니다. 숨겨놓은 지리산 산삼을 먹고왔는지 걸음의 속도와 가벼운 호흡, 그 체력에 놀라울뿐입니다. "정상까지 이제 얼마 남지않았다는 말에 속지마라"는 친구의 말에 산행을 통해 달관한 세상사의 이치를 배워봅니다. 걸어가면서 고교시절 호랑이 불어선생님 이야기를 하며 추억을 회상합니다. "힐링, 치유, 아내에겐 굴복하며 살아야한다" 등등이 오늘의 주요 대화였습니다.
지난 가을, 홍엽에 물든 이곳을 번개 산행하면서 역사기행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깊고 길었던 병자년 겨울에 인조가 머물렀던 행궁을 바라보면 청태종에게 머리를 조아렸던 치욕보단 급변했던 17세기 동아시아 정세에서 권력을 유지하고자했던 아버지(인조)와 세상흐름을 쫒고자했던 아들(소현세자)간 갈등과 피부름의 역사를 보는것같아 사뭇 다른 느낌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권력이 무엇이기에, 부상하는 신흥국가의 힘을 보고온것이 무슨 큰 죄인지...옹졸하고 능력없는 군주를 만나면 백성이 고생하는것입니다.
학오름 친구들은 옹졸하지 않고 소탈하며 마음을 함께 나누기에 나에겐 항상 반가움과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대전 등 그 먼 거리에서도 한달음에 달려오는 친구들입니다. 아카시아 꽃향기 가득한 시일에 멋진 코스로 번개도보를 하고 돼지고기를 대접하겠다고 선듯 제의하는 친구입니다. 그런 친구들이 있어 세상 사는 맛이 나고 우리들은 원숙하게 익어가는것 같습니다.
오늘 산행을 군사작전같이 완벽하게 기획하고 2개 진을 한치의 오차없이 이끌어준 오늘의 산행대장 정원이 정말 수고 많았네. 봉평의 메밀꽂 국수, 정말 맛있게 먹었네.
아직도 입안에 머물고있는 꼬낙향기를 음미하며 난 평택집에 무사히 왔네.
가족과 즐거운 저녁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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