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혁신과 개혁

도보사랑 2019. 5. 21. 10:26

[삼선 이야기] 개혁이란 파충류 껍질처럼ⵈ

 

2019.5.21.

 

내가 좋아하는 혁신 관련 문장이 세 개 있다. 말만 무성한 혁신이 아니라 자신의 팔을 자르는 고통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혁신이다. 그 팔도 오른팔이어야 한다. 그럴 용기가 없으면 혁신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혁신할 수 있고 누구나 개혁할 수 있다면, 세상 사람 다 성공하였으며 세상 모든 국가는 부국강병이 되었다. 하지만 혁신에 성공하여 지속 성장한 나라는 드물다. 자신의 잉여 에너지를 남기 없이 100% 혁신 에너지로 사용해야 한다.

 

첫 문장은 연암 박지원의 둘째 아들인 박종채의 <과정록(過庭錄)>이다. 이 문장을 혁신 관련 첫머리에 둔다. 이 만큼 잘 표현한 글이 없다.

 

"아버지께서 만년에 병환 중이실 때 붓을 잡아 큰 글자로 '인순고식(因循姑息), 구차미봉(苟且彌縫)'이라는 여덟 글자를 병풍에 쓰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천하만사가 이 여덟 글자로부터 잘못된다.'라고 하셨다."

 

인순고식(因循姑息), 구차미봉(苟且彌縫)이란 낡은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눈앞의 편안함만 좇으면서 적당히 임시변통으로 땜질하는 태도를 뜻하는 말이다. 하루 이틀 볼 사이가 아니면 남에게 사기(詐欺)를 칠 수 없다. 위정자(爲政者)가 역사 앞에 무서워지는 이유이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는 법, 하루를 속인다고 하여 하루를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하여 가려질 수 없는 일이 역사다. 나랏일을 임시방편으로 한다면 쇠퇴해진다. 무서운 말이다.

 

둘째는 월터 아이작슨의 <이노베이터> 글로서 시인 바이런의 딸이며 세계 최초로 알고리즘을 작성한 에이다(Augusta Ada King)를 비롯하여 디지털 혁신가 51명이 어떻게 오늘날 컴퓨터 혁명을 이루었는지 요약하면 ‘협업’이다.

 

“진보는 거대한 도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개의 작은 걸음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ⵈ 컴퓨터도 IBM 같은 곳의 얼굴 없는 엔지니어들이 이룩한 작고 점진적인 진전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ⵈ 그런 수많은 작은 진전에 창조적인 선지자들의 창의적인 거대한 도약이 더해져야 한다.”

 

이제 혁신은 골방에 틀어박힌 천재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모인 기업에서 나온다. 이제 혁신은 미 국방성에 나오기보다는 구글에서 나온다. 이제 새로운 기술은 기존 기술의 재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뭔가 수상한 일이다. 마치 핵폭탄이 터지듯이 하나의 기술이 나오면 그 기술이 또 다른 기술의 밑 거름이 되고, 그렇게 한없이 연쇄반응을 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IT 혁신이다. 자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고 생태계가 없다.

 

셋째는 볼프 슈나이더의 <위대한 패배자> 고르바초프의 대통령 사임 글이다. 사회주의 체제뿐만 아니라 한 국가를 개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개혁이란 파충류 껍질처럼 단단한 국가·당·경제 시스템의 극심한 저항을 이겨내야 할 뿐 아니라 우리들의 습관, 이데올로기적 선입견, 독선과 아집, 그리고 무사 안일한 생활 태도와 싸우는 것입니다.”

 

달마의 제자 혜가(慧可)는 눈 속에서 자신의 팔을 잘라 법(法)을 구하였다. 그런 아픔이 없으면 국가를 개조할 수 없다. 요즈음 방송에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미래 이야기는 ‘일기예보’밖에 없다는 푸념이 있다. 국가의 잉여 에너지를 모두 과거에 쏟을 때 자신의 팔을 자르는 구도의 정신을 얻을 수 없다. 성장 없는 복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기술적 돌파구 없이는 국가가 지속 성장할 수 없다.

 

#인순고식 #구차미봉 #국가혁신 #위대한패배자 #삼선이야기

 

*참고 및 인용: 박종채 지음 박희명 옮김 <나의 아버지 박지원> p.228,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위대한 패배자> pp.94-96,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 신지영 옮김 <이노베이터>pp.6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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