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단상

블랙이글스와 해미읍성(2019. 5. 23, 목)

도보사랑 2019. 5. 28. 22:14

블랙이글스와 해미읍성(2019. 5. 23, 목)

 

큰놈 짝지어보내고 나니 다소 허전한것 같으면서도 홀가분한 느낌도 듭니다. 신혼여행지 태국 코사무이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35년전 제주도 신혼여행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며느리가 집을 찾아오면 또 새로운 느낌이 들겠지요. 마지막 남은 늦둥이 어릴때 모습보면서 부모로서의 마지막 책무를 완수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동안의 노고를 덜고 휴식차 집사람과 서산으로 운동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마지막 4홀을 남겨놓고 블랙이글스의 훈련비행이 화려하게 펼쳐지네요. 운동은 뒷전이고 모두들 넋놓고 창공만 바라봅니다. 원주에 기지를 둔 최고 기량의 빨간마후라들이 서산상공까지 와서 훈련하다니.. 모처럼의 운동을 축하해주는것 같네요. 덕분에 마지막 스코어도 좋고..

 

운동후 서늘한 저녁바람을 쐬며 해미읍성을 걸었습니다. 야트마한 산을 끼고 평지에 축성된 조선시대 兵營의 자리입니다. 천주교 박해의 역사현장이기도 합니다. 몇년전 로마교황청 교황이 다녀갔고 주변 식당(유명 곰탕집)은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Hot한곳으로 떠오른 곳입니다.

 

조선시대 축성된 해미읍성은 둘레 1,800미터에 동서남의 3대문을 비롯하여 옹성, 암문, 포루, 총안등이 있고 내부 넓은 공간엔 兵營과 객사, 훈련하던곳이 있습니다. 1418년 태종 18년에 내포지역 12개 군현을 통제하는 병마절도사영이 설치됨으로써 충청도의 전군을 지휘했던 곳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國木인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우고 소나무도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고있어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성내부에서 저멀리 동남방향을 바라보면 가야산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가야산 아래엔 천하 길지라고 일컬어지는 흥선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가 있는 덕산입니다. 쇄국과 개방의 갈림길에서 조선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역사의 한고비를 보는듯합니다.

 

김대건신부의 증조부 김비오를 비롯한 1,000여명의 천주교도들이 순교한 이곳을 거닐면서 죽음으로 하늘의 길을 열고, 가슴으로 믿음의 뿌리를 지킨 자들의 영혼을 대하는것 같아 사뭇 엄숙해지는 느낌입니다. 한 개인이나 국가에겐 어쩔수없는 운명은 분명히 있는것 같습니다. 그 운명이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이 되지않고 나라가 융성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부모와 자식, 하늘과 땅, 종교적 신념과 순교, 나라흥망을 생각해보는 서산과 해미에서의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