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도자 공부

도보사랑 2023. 5. 22. 23:46

도자(陶瓷) 공부

조선백자의 산지 경기 광주 분원리는 남한강가에 있다. 다산 정약용의 생가가 있는 능내와 마주 보는 곳이다. 조선백자 생산 관요인 사옹원(司饔院)의 분원이 강가에 위치한 분원리(분원이 위치했기에 이후 분원리로 불리웠을 것으로 추정)에 설치되어 130여 년이 넘는 기간동안 조선왕실과 관청에 도자기를 공급해온 이유가 목재 생산과 운반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되었다. 광주일대 350여 개소의 가마터에서 도자기를 굽는데 소요되는 많은 양의 땔감을 광주 지역내에서 조달하기가 어렵게되자 충청도와 강원도에서 벌채한 나무를 수운을 통해 운반하기가 용이한 강가 분원을 택했던 것이다.

경기도자박물관내 영상실에선 고령토 채취에서 부터 수비(水飛)와 연토(練土), 물레성형,
장식하기(음각, 양각, 투각, 상감), 초벌구이, 문양그리기(청화, 철화), 시유(施釉)와 재벌에 이르기까지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기쉽게 영상으로 보여준다. 도자기의 형태와 색감에따라 주는 느낌, 장인의 정신, 도자와 인간의 삶을 상상해보고자 전시물을 찬찬히 살펴 본다.

고려의 청자는 화려, 은은하면서 귀족 냄새가 강하고, 조선의 백자는 담백하고 소탈한 느낌이다. 특히 청자에 백토로 분을 발라 다시 구워낸 회청색의 분청사기와 순백의 달항아리가 그러하다.

조선 전기에 광주 분원이 아닌 남해안 어느 가마에서 생산된, 울퉁불퉁하며 거칠기 짝이 없는 투박한 조선 사발은 일본에서 최고의 명품 다완으로 칭송되었다. 두 번의 왜란시 수많은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생산한 조선의 백자가 일본의 도예와 차(茶) 문화를 한층 격상시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자를 노래한 두 문인의 詩가 인상적이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고려 청자술잔에 대해 노래한 詩, 술이 아닌 아름다운 청자술잔이 취하게 만들었는가 보다.

" 나무를 베어 남산이 빨갛게 되었고
불을 피워 연기가 해를 가렸지
푸른 자기 술잔을 구워내
열에서 우수한 하나를 골랐구나
선명하게 푸른 옥 빛이 나니
몇 번이나 연기 속에 파묻혔었나
영롱하기는 수정처럼 맑고 단단하기는 돌과 맞먹네
이제 알겠네
술잔 만든 솜씨는 하늘의 조화를 빌려왔나 보구려
가늘게 꽃무늬를 놓았는데 오묘하기가 화가의 솜씨와 같구나
내 손안에 부드럽게 들어 오니 깃털로 만든 듯이 가뿐하다네
유공의 은술잔을 부러워 말게나
하루 아침에 변화하여 가뿐함을 잃었다오
깨끗함은 서가에 놓기 적당하고 공교함 또한 집에서 으뜸이니
주인이 좋은 술 있으면
너 때문에 자주 초청하는구나
세 잔이니 네 잔이니 말을 말고
내가 흠뻑 취하게 해다오 "

박상(朴祥, 1474~1530)이 분원에 가서 사옹원 직장(直長) 권행(權行)을 만나 헤어지면서 지은 조선백자에 대한 詩는 도공의 노고와 장인정신을 노래한 것 같다.

" 검소함을 숭상하는 군왕의 법이 순수하여
자기 그릇을 쓰면서 금은(金銀)을 물리쳤고,
백점토는 해마다 중원토(中原土)를 캐서 재질이 좋아
가을 광주 잣나무로 굽는다네.

몸은 궁궐 분내원(分內院)을 나와 강가에 공인(工人)을 전담하는 일을 하는데,
초서는 공손랑의 칼솜씨를 빌어 터득했지만 도자기의 세계는 저 물레에 있다네 "

이 땅 위에 도자가 탄생한지 약 8,000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동안 도자는 자연을 아끼고 절제하는 방법을 터득한 우리 선조들의 삶, 편리와 안녕은 물론 정신세계에서도 정서를 순화시키는 기능을 해왔다.

유리와 같은 매끄러움,
쇠와 같은 단단함,
옥(玉)과 같은 아름다움은
도자의 목표였다.

인간과 도자 사이엔 아름다움, 감성, 예술과 편리함, 이성, 기술과 이익, 사회, 윤리가 존재한다.

청자와 백자의 탄생은 우리 삶을 한 차원 높은 문화단계로 끌어올리는데
절대적 기여를 했다.
갈수록 색이 바래져가는 것 같은 한국의 조형정신, 균형감각, 정신적 평화가 도자 사랑을 통해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20230514,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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