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해 정란(滄海 鄭瀾)
희망도서 '담덕 광개토태왕' 제 7권이 도서관에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고 책을 찾으러왔다가 '창해 정란(滄海 鄭瀾)'이란 좋은 책을 만났다. 조선의 대표적인 여행가이자 산악인으로서, 山水에 관한 열정 하나로 평생 조선의 산야를 누빈 인물, 정란의 소설같은 삶을 그린 책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산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김시습, 조식, 이황, 김종직, 김정호, 김병연은 어느 산을 가슴에 품고 살았을까?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고 했다. 귀착점은 결국 山水.
이 책을 읽으면 조선 팔도 산하를 주유한 정란의 수양길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것 같다.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설까? 나를 내려놓음으로 참된 진리를 찾아가는 삶의 여정이 결국 길 위에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자신이 개척해나가는 인생길에서 스스로 성찰하며 얻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서 스승을 만난다. 퇴계는 "산을 유람하는 것은 독서와 같고, 산을 오르는 과정은 道의 절정을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산이 무수한 길의 으뜸이고, 오롯이 산에 안김이 깨달음에 이르는 첩경임을 말해준다.
책을 일독(一讀)하면 구체적인 소감과 배움을 얻겠지만 감히 예상컨데, 평소 마음은 꿀떡 같지만 쉬이 떠나지 못하고, 동행인이 없다는 핑계로 머뭇거리며, 낯선 곳에서 만날 난관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에게 "떠나라. 산에 올라라. 그리고 길위에서 사람을 만나라"며 떠남의 용기를 강조하며 삶의 지혜를 선사하는 책이리라..
조선의 산하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산하와 변함이 없고, 다만 풍습과 인걸이 바뀌었음을 알게하는 역사산책도 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불현듯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 나에게 이런 주유(周遊)의 바람이 불때 정란은 어디를 걸었는지, 그 길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먼저 살펴볼 것 같다.
삶의 여정에서 가이드가 되는 것, 배움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 것, 그것이 길위에서 스승을 만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산사람은 아니지만 산을 좋아하는 나의 섣부른 독선감(讀先感)이다.
읽고 나면 또 어떤 다른 소감이 일어날 지 모를 일이다.. ㅎ
20230812,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