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여행
- 말이산 고분군 -
최근 함안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하여
7개의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함안 시내에 들어서니 곳곳에 이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줄지어 있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의 타임캡슐이다.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는 곳으로, 해발 40~70m 높이의 구릉에 남북 약 2Km의 능선을 따라 40여 개의 능이 줄지어 있다. '말이'란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산위의 산'같은 경외로운 느낌을 준다. 일부러 해가 넘어간 어스름 저녁에 왔다. 13호분에서 궁수자리, 전갈자리 등 134개의 별자리가 그려져있는
무덤방 천장 덮개석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밤하늘의 별자리를 상상하며 아라가야의 신화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이라 인접 함안박물관은 클로즈 되어있다. 산책삼아 고분 능선 길을 걷는 분들도 있다. 높은 고분은 왕의 무덤, 낮은 고분은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하지만 내가 보기엔 신분의 경계가 없어보인다. 1세기부터 6세기동안 가야 연맹체가 존속한 역사의 공간만 있을 뿐이다.
일제때부터 최근까지 발굴조사를 진행한 고분 중 제일 높은 구릉에 위치한 13호분과 크기가 제일 큰 8호분에선 많은 부장품들이 나왔다. 천문도외 각종 모양의 도기, 화살촉, 화살통, 말발굽, 무기류와 말투구, 말갑옷과 함께 무덤주인의 발아래에선 최대 6명의 순장자가 확인되었다. 난 이중 철 말갑옷에 주목한다.
고대 변한지역엔 철이 많이 생산되었다. 변한 6가야 연맹체는 철기 제국이다. 제일 강력했던 김해 금관가야의 대성동 고분군, 고령 지산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이곳 말이산 고분군에서 철기 유물들이 많이 출토되었다.
남쪽지역에 야철장이 많은 이유, 남쪽에 위치한 가야가 철의 제국이 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철광석에서 쇠를 뽑아내기위해선 물이 풍부하고 기후 조건이 맞아야한다. 나의 경험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국군이 무장하는 모든 K-시리즈 총기를 생산하는 공장도 남쪽 지역에 있다. 공장안엔 물이 풍부한 저수지가 있고, 기후는 사시사철 비교적 습기가 없고 건조하다. 쇠를 깍는데 적당한 조건이다. 정밀조병(精密造兵)이란 말이 예사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가 부여한 기회와 조건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찍이 자주국방의 기치하에 철광석을 녹이는 포철, 뽑아낸 철로 각종 무기들을 생산하는 주요 방산공장들이 창원지역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철의 제국 가야가 이곳 지역에서 탄생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역사의 한 단면. 철광석은 있었지만 제대로 철제무기를 제련하지 못했던 고구려가 인삼, 소금, 야생가죽 등을 채집하여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야철을 확보했고, 신라를 도와 남쪽으로 내려온 이유도 철제무기 산지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은 아니였을까..
말이산 13호분에서 발견된 별자리 천문도는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史界의 정설이다. 신라가 562년 마지막 고령 대가야를 정복함으로써 강력하게 무장된 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함안 들(野)은 넓고 수량도 풍부하다. 여항산에서 발원하는 중앙의 함안천은 북쪽으로 흘러 법수지역에서 낙동강, 남강을 만난다. 들이 넓고 물도 풍부한 이곳에 아라가야 문명이 탄생하고 우수한 철기와 도기 문화를 중심으로 바다 건너 왜와도 교류하였을 것이다.
한 곳에 수 세기에 걸쳐 고분군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日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 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본 어디에 이러한 집단 고분군이 있는가. 경주 집단 왕릉군 같은 곳은 일본 어디에도 없다. 일본의 고분군은 대부분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으로 4~6세기 고대 일본의 종교적 무덤 양식으로 축조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국가 문명의 힘이 우리보다 열세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함안은 내고향 바로 옆동네다. 이곳 출신 고교 동기생들은 다들 뛰어나고 자긍심도 강하다. 함안 조씨들이 많다. 아라가야의 후손들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해보며 18호 고분군 돌방석에 앉아 밤바람을 쐬며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 마지막 사진 2개는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20230923,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