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구회, 아소(阿蘇)에서 2023년을 보내며
4년 전 우리가 만 60세가 되었던 그 해 6월에 처음으로 찾았던 일본 큐슈 아소, 올해(2023)는 가을이 떠나가는 시기에 찾았다. 이번 총 22명이 참석한 아소에서의 송년 모임은 골프와 트레킹, 료칸에서의 온천힐링이 주 일정이다. 고향 인근의 친구들은 부산공항에서 후쿠오카로, 수도권 거주 친구들은 인천공항에서 구마모토로 들어와 첫 날(11. 24) 오후 14시 경에 아소산 분화구에서 조인(Joint) 했다.
이곳 '아소 야마나미' 골프장 주인인 친구 영진이가 우리를 맞이하여 세심한 가이드를 해준다. "아소여행은 아소분화구를 먼저 보고, 다이칸보 전망대에서 칼데라 지역을 조망한 후 구중산을 오르면 아소산(阿蘇山)을 거의 정복하는 것"이라고..
아소산은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활화산으로 세계 최대급의 칼데라와 웅대한 외륜산(外輪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정확하게 말해서 해발 1,506m의 나카다케(中岳) 분화구다. 약간 흐린 날씨에 세찬 바람이 불지만 두껍고 무겁게 느껴지는 흰색의 화산 가스는 짙은 유황 냄새를 풍기며 쉴새없이 피어 오른다. 아소산에선 7년 전과 2년 전에도 대폭발이 있었다는데 또 언제 터질 줄 모른다는 생각에 분화구와 함께 수 개의 콘크리트 대피소에도 시선이 간다. 재엽회장이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펼치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야마나미 골프장 버스를 타고 하산하면서 아름다운 억새 평원과 제주도 오름같은 화산 구릉을 배경으로 우리들의 모습을 또 담아본다.
걷기를 좋아하는 트레킹조 친구들은 분화구에서 하산하면서 돈카츠와 화산커피로 점심 후 아소산 둘레길 6Km를 걷고, 골프조는 야마나미에서 9홀 운동 후 여장은 친구가 작년에 인수한 료칸인 'しずのやど(志津の宿)'에 풀었다. 큐슈에서 벳부 온천과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구로카와(黑川) 온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3층 전통 가옥의 료칸으로 골프Vip들이 비싼 숙박비에도 기꺼이 머무르는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붉은 동백이 피어있고, 대(竹), 차(茶)나무 향기가 그윽하다. 노천탕에 누워 바라보는 나무 사이 밝은 달, 구름과함께 흐르는 듯한 달빛이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래서 료칸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저녁상은 진수성찬이다. 영진사장이 내어 놓은 요리들을 더욱 맛있게 한 것은 2주전 딸을 시집보낸 박장군이 친구들의 축의에대한 답례로 내어 놓은 일본 전통 술, 벼를 최대한 깍아 빚은 술로 등급 만수(万寿)인 구보전(久保田) 3병. 취기도 잊어가며 나누는 우리들의 추억담은 끝이 없다. 먹고 마시면서 떠드는 대화이지만 서로들의 건강과 우정을 약속하는 깊은 마음이 넘친다. 고향 초중고 동기임을 자랑하는 두 친구(정주, 재붕)에게 노래를 시키니 느닷없이 고교교가를 부른다. 우렁찬 합창으로 이어짐은 당연지사.
영진이의 내일 일정 고시(告示)로 첫 날은 마무리.
둘째 날 이른 아침 료칸 주변 마을길을 걸어본다. 깨끗한 아침공기속 가벼운 산책이지만 비어 있는 것같은 일부 집들을 보니 인구절벽과 노령화로 인해 늘어만가는 우리 한국의 빈 촌집들이 떠 올랐다. 한편으론 이렇게 쇠락해가는 촌락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부활시키고자 노력하는 친구의 사업 의욕과 순수 열정을 보는 것같아 흐뭇한 생각도 들었다. 아침을 먹고 트레킹조는 버스로 구중산 6부 능선으로 가서 산 아래 이케야마 수원지까지 억새 평원의 소(牛)들을 구경하면서 약 7Km 둘레길 트레킹을, 골프조는 제법 날카로운 칼을 가는 운동 후 이번 아소여행의 주 목적인 재작년 11. 5일 삼구회 일동 이름으로 식수한 전나무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 전나무는 2년 전 친구의 이 '阿蘇 야마나미' 골프장 인수 10주년을 기념하여 작은 표지석과 함께 식수된 나무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이 울창한 야마나미 골프장이지만 이 한 그루 전나무는 우리들 우정의 나무로서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과 힐링을 주기를 바라는 우리들 마음의 상징이다. 료칸으로 복귀하여 온천에 몸을 씻고 먹는 저녁식사의 주메뉴는 와규스테이크와 기름진 아소산 화산재로 재배한 싱싱한 야채들. 친구가 영입한 큐슈 최고의 세프가 요리한 음식들이다. 느긋한 온천욕과 맛있는 식사를 즐기는 삼구회 친구들은 복받은 사람들이다. 부인을 동반한 4명의 친구들은 아내들에게 좋은 친구를 둔 것, 삼구회 모임을 은근히 자랑한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스케쥴대로 아침 일찍 눈을 뜨는 친구들. 나이 들어 잠이 없어서인지, 아님 다음 일정에 마음이 설레서 그런지.. 3일차 일정은 트레킹조에겐 둘레길이 아닌 본격적인 구중산 정상까지의 산행이다. 휴게소가 있는 구중산 산행기점인 마카노토 pass(1,330m)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구중산 정상(1786.5m)을 밟았다. 산행대장 수명이는 그 감흥을 전해왔다.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이 격찬한 산이 구중산이다. 휴게소에서 대피소까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운무(雲霧)속 걸음이다. 대피소에서 정상까진 불과 약 3~400미터 거리지만 가파른 경사다. 작은 화산돌이 많고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이다. 정상에 서니 환호가 절로 터져 나온다. 바랬던 운해는 볼 수 없지만 어느 듯 운무는 사라지고 발아래 펼쳐진 아소산 칼데라 분지는 환상적인 정경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능선 억새와 아직 남은 가을 단풍이 온 산에 수(繡)를 놓아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골프조는 부인들과 한 조를 만들어 힐링과 배려의 마지막 운동을 한다. 이런 전략적인 조편성은 재엽회장과 영진 사장의 아이디어. 오랫동안 모임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아내들의 호응과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운동하면서 옆으로 빗나간 부인들의 공을 주워주고 '굿~샷'을 외쳐주고, OK를 남발하는 친구들의 눈물겨운 라운딩이다. 아마 다음 아소 모임엔 친구들 부인 모두가 참석할 것 같다.
운동 후 옛부터 검은 온천물이 흘렀다는 고풍스런 구로카와 온천거리를 걸어본다. 아소에서 유명한 퓨전식당에서의 저녁식사 자리. 처음으로 아소모임에 참석한 친구 6명(희수, 태호, 종수, 종호, 재붕, 순재)의 멋진 건배사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같다. 이번 모임 경비를 찬조해준 기웅CEO의 건배사도 참으로 겸손하고 고맙다.
친구들중 서예와 漢詩에 능한 태호는 이번 모임의 의미를 詩로 읊었다.
"三九朋友會今日
深深情誼又益密
輔仁君子與同樂
馬高三九前途吉"
(삼구회 벗들이 모인 오늘날
깊고도 깊은 정은 갈수록 더 단단해지네.
仁을 서로 보완해 가는 삼구군자들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 하니
마고 삼구회 앞길은 吉하기만 하구나)
그렇다. 이번 송년모임에서 그 귀한 뜻이 더 깊어졌다. 서로를 걱정해주고 배려하면서 우리들 삶을 건강하게 지켜나갔음 좋겠다.
구마모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영진사장의 문자가 왔다. "삼구회가 더욱 단합하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 내년은 나리타공항을 이용하는
골프모임과 트레킹을 기획하겠다"고..
20231127, Song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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