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의 테마공원
옛날엔 산천을 유람하다 잠깐 먹고 쉬는 장소로 주막을 찾았다. 지금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많은 휴게소 중에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휴게소는 충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천등산휴게소와 대구광역시 군위휴게소다. 시설의 깨끗함이나 이용의 편의성,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곳에 설치되어 있는 테마시설 때문이다. 잠깐 거치는 장소에 그 고장을 상징하는 역사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고장에 대한 사랑이요 자긍심이다. 휴게소 안내소에 지역내 관광지나 특산물을 소개하는 팜플렛이나 소책자는 비치되어 있어도 역사 테마공원이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내가 가보지 못한 휴게소에 비슷한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없는 곳이라면 전 고장 사람들의 정성을 모아 설치되었음 좋겠다.
그렇게 큰 공간이 필요하진 않다. 두 테마공원도 말이 공원이지 아주 작은 전시물 비치 공간이었다. 천등산휴게소엔 고구려가 중원(충주) 지역에 진출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구려 기마상과 함께 삼족오, 중원고구려비 등에 관한 내용이 대리석 벽면에 기록되어 있었다. 이틀 전에 들렀던 군위휴게소는 일연이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했음을 언급하며 군위가 삼국유사의 고장임을 자랑하였다. 특히 군위휴게소 테마공원 옆엔 작은 전시실도 마련되어 역사성있는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왕 쉬어가는 휴게소에서 잠깐 시간을 내어서 그 고장에 대한 지리와 역사를 살피면 좋은 공부가 된다. 압축된 전시 내용은 오히려 호기심을 더 유발하여 차후 여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휴게소에 들릴 때 테마공원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아마 고을의 현명한 도백(道伯)은 시내 한 복판에 큰 돈을 들여 박물관을 짓는 것도 좋지만 도로공사와 협조하여 적은 예산으로 휴게소내 제일 전망이 좋은 곳에 역사 테마 공원을 조성하여 고장 자랑은 물론 자신의 존재를 알릴 것이다.
20240306,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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