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성적표

도보사랑 2023. 12. 3. 01:29

성적표

어제는 올해 마지막 달력 한 장만 달랑 남은 날.

바람이 차가워 귀를 덮는 모자를 쓰고 어스름 공원 산책을 나갔어요.

가급적 매일 저녁 만(萬)보 정도 걷는 길. 처음 마주치는 연못에 물오리떼가 옹기종기 몰려있어 걷기전 잠깐 벤치에 앉았어요. 도망도 가지않고 부지런히 노(오리발)를 저으며 유유자적 놀고있는 모습.

한해동안 새끼들 낳고 기르며 잘 살아왔구나.
수고했구나!

- 성적표 -

바람도 차고
물도 차고
달도 시린 밤

보이는 것
지나간 것이
전부가 아니야

내 인생의 성적표
아무도 모르지
나도 알 수가 없지

강물이 흘러 바다에 이르듯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랑이 다시 피어나
새 살이 돋아나는 그땐

알 수 있을지 몰라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오리 너도 그러냐
너도 느끼느냐
물속도 변해간다는 걸
달빛도 속삭인다는 걸

이제 잠자리를 찾으렴
따뜻한 풀속에 몸을 숨기렴
이 밤이 지나 새 아침
푸른 물빛이 돌 그땐

알 수 있을지 몰라
뒤뚱뒤뚱 걷다 왜 공중으로 힘차게 날아 오르는지

지는 해 마지막 달의 첫날밤
이제 우리
새 꿈을 꾸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 희망을 노래하자

20231201,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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