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친구 딸의 결혼

도보사랑 2023. 11. 13. 18:33

친구 딸의 결혼

입동이 지나니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두꺼운 옷을 꺼내입고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 크리스마스 트리가 거리를 수 놓으면 올 한 해도 다 가는 것..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이다.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다'는 말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신체적으로 허약해짐을 의미하는 것보다 더 깊은 뜻이 있는 것 같다. 세월을 이기려고 하는 장사가 아닌 세월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장사의 삶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절친 동기생 차녀 결혼식에 가기전에 처형 농장으로 달려갔다. 추워지는 날씨에 김장무우는 얼기 전에 뽑아야 한다기에. 김장배추는 얼었다 녹았다해야 달고 맛이나지만 김장무우는 그렇지않다고 한다.
불과 2개월전인 9월 9일, 한 구덩이에 3~4개씩 심은 씨앗이 큰 무우가 되었다. 자식들 자라는 것도 똑같다. 어느새 쑥 자라 뽑혀나가는 무우처럼 부모 손을 떠나는 아이들.

중.고.육사동기생인 친구는 동기중에 키가 제일 크다. 고교땐 함께 걸어가면 고목나무에 매미가 붙어있는 것 같다고들 했다. 친구가 꼬맹이 딸을 데리고 나의 대대를 찾았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 아빠 손을 잡고 웨딩 March. 친구는 딸을 신랑의 손에 인계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객석에 앉은 난 무우를 땅속에서 뽑았던 손길이 남아 있어서인지 무우 씨앗이 생각났다.
결혼식장엔 85년 나의 결혼 주례를 서 주신 선배님도 오셨다. 선배님은 육사 은사이시기도 하다. 올해 84세이심에도 골프를 즐길 정도로 건강하시다. 일본에서 골프사업을 하는 친구를 소개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유수같은 세월. 짝을 만나 부모를 떠난 삶을 살고, 자식을 낳아 자식도 제 짝을 찾아가는 인생유전. 아무 탈없이 쑥쑥자라 부모의 손을 떠나는 것이 효도이고 행복이다. 내가 뿌린 무우 씨앗이 크게 자라 얼기전에 기쁨을 주었듯이..

20231112,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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