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오늘은 3.1절.
아침에 집 베란다에 태극기 달고 탑골공원으로 가고 있네.
그날의 비폭력 저항 함성 소리를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다시 듣고 싶어 집을 나섰지.
전철 안이네.
매번 한양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않음은 배낭 속에 책이 있기 때문.
오늘은 서박사의 시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을 넣었지.
월간 <순수문학> 2021년 3월호에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눈물'이란 詩가 참으로 가슴에 와닿네.
"눈물 나는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용서하지 못할 게 없고, 눈물 나는 맘으로 인간을 보면 측은치 않는 이가 없다"는 싯구를 읽으니 눈물이 날 것 같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오늘이란 시간은 눈물을 흘리고, 눈물을 삼키는 그러한 순간인 것 같네.
빛처럼 광속으로 스쳐도 안개 같은 눈물이 베여 있는 그러한 순간 말일세.
요즘은 나도 모르게 왜 가끔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
슬픈 영상이나 감동의 영상을 볼 때, 영혼이 담긴 글을 읽을 때 눈물을 훔치곤 하네.
서박사와 난 같은 59년 돼지.
짧지 않은 세상 살아오며 많이 단련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눈물 나는 詩를 접하면 죽지 않고 살아 팔딱이는 물고기 같아.
3. 5일 전립선 수술 잘 받고 몸이 맑은 기운을 알아 차릴 때 연락주시게.
난 3. 15일이나 16일 정도로 생각하나 서박사가 좋은 날을 정하시게.
좋아하는 음식도 미리 생각하고 식당까지 정하여 문자를 주시게.
그동안 못 나누었던 이야기들 막걸리 잔 속에 소담스럽게 담아보는 그 날을 기다리네.
3. 5일 까진 몸을 잘 다스리게. 넘 걱정하지 말고.
- 20240301, 종로3가 가는 전철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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