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청송 사과

도보사랑 2024. 3. 4. 21:30

청송 사과

작년 6. 17일 푸른 소나무의 향리 청송에 왔었다. 주왕산을 산행하면서 흘린 땀은 솔샘 온천에서 씻었는데 며칠 전부터 아내는 아픈 어깨와 허리를 온천물로 다스리고 싶다고 해서 오늘 늦게 솔샘에 왔다. 하루 숙박하면서 내일까지 온천물에 몸을 맡길 생각이다.

작년 유월에 주왕산을 유람하고선 한번 더 와서 좀 더 긴 산행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산행이 아니고 그냥 조용히 쉬고 가는 걸음이 되어버렸다.

소노벨 청송 로비에 걸려 있는 화가 작품은 이곳이 사과의 고장임을 단 번에 말해준다. 난 사진 작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에 그린 유화다. 이목을 화가의 '空 901'이란 작품이다.

그림 옆에 소개한 글.
"이목을의 '空' 시리즈는 캔버스가 아닌 나무판 위에 그려진다. 작가는 진짜 나무 위에 누구나 알고 있는 이미지(사과)를 그려 넣어 실제 상황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작품속 사과는 단순히 정물의 소재로 머무르지 않으며 새로운 존재 가치를 획득한다"

작가의 혼이 스며든 그림은 정물이 아닌 생물의 존재로 탄생하는가 보다. 901개의 둥근 사과 각각이 공(空)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이게 정말 찍은 사진이 아니고 손으로 그린 유화인가' 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과 손가락이 액자 가까이 다가 간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밤공기가 너무 청정하여 밖으로 나가 조명을 받은 청송(靑松)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곳의 명물, 사과 피자도 맛본다. 음식이 나오기 전 테이블에 놓인 일회용 흰 종이 식탁보를 보니 낙서를 하고 싶어진다  

- 청송 사과 Piza -

주왕산 아래 사과의 고장에 와서
사과 Piza를 맛보다

사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

푸른 솔(靑松) 고장 사과를 먹는 이유는
나도 푸른 솔이 되고 싶어서다!

아무나 충정과 절개의 상징인 푸른 솔이 되나? 작년엔 주왕산 초입에 있는 대전사에서 인상깊은 글을 보고 망월대~급수대~학소대~
시루봉~용추폭포 등 절경의 주왕산을 걸었다. 그땐 산행을 하면서도 내내 나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것이 있었다. 윤대통령이 정부의 공교육 개혁 방침을 따르지 않은 공직자를 경질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이었다. 그러한 공직자를 비판한 산행 소감도 썼었다. 그러나 이번 청송 나들이는 특이 이벤트 없고, 주변도 고요하고, 아무 생각도 없다. 진정한 힐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푸른 소나무의 향리에 베여 있는 참 멋인 것 같다.

20240303,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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