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방랑시인 김삿갓

도보사랑 2024. 3. 12. 17:30

방랑시인 김삿갓

오늘 마지막 200편을 끝으로 매일 아침 1편씩 받아 본 '방랑시인 김삿갓'이 끝났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사관학교 3년 선배님이 매일 아침 단톡방에 올려주시는 정성스런 글인데 내가 이전에 이문열의 소설 '시인'을 읽어서인지 병연의 유랑 길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병연이 전국을 주유하면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다양한 인간 모습, 무상한 세상살이를 풍자와 해학으로 읊은 그의 詩를 통해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 마지막 편에선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읊은 마지막 詩가 올라왔다. 詩를 쓴 장소, 전남 화순 동복의 적벽강 나룻배 위는 그의 삶에 유종의 美를 찍고자 그려낸 가상의 장소일 것이다. 소설 '시인'에선 병연은 화순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고, 고향 영월에 묻혔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詩다.
  
鳥巢獸穴皆有居 (조소수혈개유거)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어 살 곳이 있건만

顧我平生獨自傷 (고아평생독자상)
내 평생을 되돌아보니 홀로 너무 가슴 아프다.

芒鞋竹杖路千里 (망혜죽장로천리)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리길

水性雲心家四方 (수성운심가사방)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이 내 집이네.

尤人不可怨天難 (우인불가원천난)
남을 탓할 수도 없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어

歲暮悲懷餘寸腸 (세모비회여촌장)
한 해가 저무니 서글픈 마음이 가슴에 넘치네.

初年自謂得樂地 (초년자위득락지)
어릴 때 즐거운 세상 만났다 생각하고

漢北知吾生長鄕 (한북지오생장향)
한양이 내가 자란 고향인 줄 알았지.

簪纓先世富貴人 (잠영선세부귀인)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렸고

花柳長安名勝庄 (화류장안명승장)
꽃 피는 장안에 이름 있는 집이었지.

隣人也賀弄璋慶 (인인야하농장경)
이웃들은 아들 낳았다 축하했고

早晩前期冠蓋場 (조만전기관개장)
조만간 출세하기를 기대했었지.

髮毛稍長命漸奇 (발모초장명점기)
머리가 점점 자라며 운명이 기박해져  

灰劫殘門飜海桑 (회겁잔문번해상)
가문이 (재가 되도록) 멸족되고 상전벽해가 되었다.

依無親戚世情薄 (의무친척세정박)
의지할 친척도 없이 세상 인심 야박해지고

哭盡爺孃家事荒 (곡진야양가사황)
부모마저 돌아가시니 집안이 황폐해졌구나.

終南曉鐘一納履 (종남효종일납리)
남산 새벽 종소리 들으며 신끈을 맨 뒤에

風土東邦心細量 (풍토동방심세양)
동방 풍토를 떠날 길 깊이 생각했네.

心猶異域首丘孤 (심유이역수구호)
마음은 타지에서 고향 그리는 여우 같건만

勢亦窮途觸藩羊 (세역궁도촉번양)
형세 또한 궁박하여 울타리에 뿔 걸린 양이로다.

南州從古過客多 (남주종고과객다)
남쪽 지방은 옛부터 나그네가 많았다지만

轉蓬浮萍經幾霜 (전봉부평경기상)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몇 년이나 되었던가.

搖頭行勢豈本習 (요두행세기본습)
머리 굽실거리는 행세가 어찌 내 본래 버릇이랴만

楔口圖生惟所長 (설구도생유소장)
입 놀리며 살 길 찾는 솜씨만 가득 늘었네.

光陰漸向此中失 (광음점향차중실)
세월이 흘러 점차 잊어지고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청산하묘망)
삼각산 푸른 모습 아득하기만 하구나.

江山乞號慣千門 (강산걸호관천문)
강산을 돌며 구걸한 집이 천만이나 되었건만

風月行裝空一囊 (풍월행장공일낭)
풍월 속에 행장은 빈 자루 뿐이네.

千金之子萬石君 (천금지자만석군)
부자집 아들과 만석군 부자들의

厚薄家風均試嘗 (후박가풍균시상)
후하고 박한 가풍을 두루 맛보았지.

身窮每遇俗眼白 (신궁매우속안백)
신세가 궁박하니 매번 눈흘김 당하고

歲去偏傷鬂髮蒼 (세거편상빈발창)
해가 갈수록 머리 희어지니 슬프구나.

歸兮亦難佇亦難 (귀혜역난저역난)
돌아가기도 어렵지만 머물기도 어려워

幾日彷徨中路傍 (기일방황중로방)
얼마나 긴 날을 중도에서 방황해야 하는가?

어떠한가요? 238 字로 지어진 '회향자탄 懷鄕自歎'이란 제목의 이 詩가 주는 느낌이..

'풍월속에 행장은 빈자루 뿐' 이라는 詩의 한 귀절 처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인생이다. 홀연히 나타나 홀연히 떠나가는 한 조각 구름 같은 삶..

매일 아침 단톡방에서 천재 詩人 병연이 뿌려 놓은 수많은 詩를 받아 본 우리들(오뚜기부대 전우들)은 동복 적벽강 나룻배 위에서 귀천한 병연을 다시 이야기 하고자 따뜻한 봄날, 잔듸가 파릇파릇 올라올 때 만나기로 했다.

20240312, Song s y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년 후에 시판될 이 책을 읽어보세요  (1) 2024.03.18
이어진 만남  (4) 2024.03.16
청송 사과  (3) 2024.03.04
편지  (0) 2024.03.02
수용의 2막, 그 길  (1)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