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이어진 만남

도보사랑 2024. 3. 16. 20:50

이어진 만남

어제는 이어진 인연의 귀한 친구와 밥을 먹었다.
2주 전 보고싶다는 나의 편지에 전립선 수술 후 쾌유중인 친구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준 것이다. 서울역에서 만나 3개월 동안 음주를 삼가하라는 의사의 처방 때문에 둘 다 좋아하는 막걸리 없는 밍밍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근처 카페에서 나눈 대화는 밍밍하지 않았고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 광대무변의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강, 친구가 그린 그림, 지난 대만에서의 연구 활동, 국제 정세(특히 동북아 상황), 한중 외교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사학자로서 특히 중국 공산혁명사에 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인자이기에 연구 내용과 저술한 책에 언급된 중국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난 몇 년 전 친구가 마오쩌둥의 생가가 있는 호남성 상탄에 가서 지어 읊은 친구의 詩가 생각나서 그 詩를 언급하니 친구는 마오 뿐만 아니라 유소기, 팽덕회에 대한 평과 함께 중국 공산당의 내밀한 역사적 속성과 작금의 상황까지도 이야기한다. 작년 10월에 사망한 2인자 리커창을 두고선 중국 공산당의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아무리 정적이라도 죽이지는 않았던 중국공산당의 동지 의식은 사라졌기에 이미 당 내부 균열은 시작되었다고. 주변 소수 민족들의 독립 운동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역사는 그러했다. 난 '맹자'를 읽으면서 백성을 노예로 생각하고 파리떼처럼 널브러진 시체가 들판을 뒤덮을 정도로 쉽게 사람을 죽이는 중국의 역사를 공부해 본 적이 있다. 친구는 또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일당독재를 넘어 다당제로 연착륙하지 않으면 향후 20년 내에 비등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난 친구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친구는 우리의 국력(경제력, 군사력, 문화력)에 비추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친구는 지난 논문에서 '2원 2망'(2원 : 동북아 한중일 역사공동체, 환태평양 경제산업문화 공동체, 2망 : 몽골에서 부터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튀르키에, 헝가리까지 가는 형제국망, 6.25 전쟁 당시 우리를 도왔던 16개국 혈맹국망. 이를 모두 묶는 것을 말한다)의 세계 전략을 주장한 바 있다. 작금의 세계 정세에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역사를 써야한다는 웅대한 생각을 다시 밝힌 것으로 나도 크게 공감했다. 그 밖에 "20년 대계로 탈중국을 준비해야 하고, 중국과 대등해지려면 당장 대사부터 급을 맞춰야한다"는 중국 전문가다운 고견을 들으면서 난 많이 배웠다.

대화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이틀 전 배달된 나의 등단 수필이 실린 '연인 2024 봄 호'를 친구에게 선물했다. 졸필의 나의 등단 글, '상림과 가조도'와 '난중일기를 읽고'가 실려 있는 책의 첫 장에 '雲靜 서00에게 淸浪 송수용이 드린다'고 썼다. 淸浪은 서박사가 5년 전에 지어준 나의 호(號)다. 맑게 흐르는 물결이라는 뜻으로 아주 오래전에 호를 지어주면 좋겠다는 나의 요청에 서박사가 "새벽에 눈을 뜨면서 떠오른 글귀라면서 뜻도 괜찮고, 소리도 두 자가 모두 유음으로 끝나서 음성학적으로 좋고, 무엇보다 친구의 성향, 이상과 부합되는 듯 해서 지어보낸다"며 보내준 호다. 그 호를 여태껏 한 번도 사용하지 않다가 문예지 '연인'을 선물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호 지은이에게 사용한 것이다.

아무튼 어제 나에게 큰 배움을 준 귀한 만남, 나누었던 대화가 오늘 휴일 아침에도 머릿속에서 뱅뱅 돈다.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친구가 마오의 생가에 가서 읊은 漢詩를 보내달라고. 그 詩를 내가 읊어보면 친구의 해박한 지식과 사상, 웅대한 뜻을 다시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로부터 답이 왔다. 오후에 보내주겠다고.

아내가 바닷바람을 쐬고싶다고 영종도로 가자고 한다. 영종도에서 배를 탈 때쯤 친구의 漢詩가 도착할 것이다. 양요, 강화도 조약, 인천상륙작전 등 역사가 있는 대한민국의 관문, 서해를 바라보면서 배위에서 시를 읊으면 친구가 주장한 한중 대등국가, 2원 2망의 세계전략을 마음대로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240316,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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