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에 역사의 길이 있었네.
내가 사는 곳, 평택 소사벌에 역사의 길이 있었네. 집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온양 온천 관광호텔에 오니 뜻밖에 내가 사는 곳에 대한 기록이 있다.
온양 관광호텔은 조선 최초의 온궁(溫宮)이 있었던 곳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를 비롯해 세종, 세조, 성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 등이 행차하여 머물면서 집무와 휴양을 했던 곳으로 지금도 호텔 내엔 유적으로 영괴대, 신정비가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 특히 세종은 안질(눈병)을 이곳 온천욕으로 치유하여 그 포상으로 '온수현'을 '온양군'으로 승격시켰다고 한다.
이곳에서 발견한 '옛길'에 대한 기록이다(찍어온 사진을 확대해 보면 좋겠다)
"해남에서 출발한 옛길은 어느덧 경기땅에 다다른다. 안성천을 건너면 평택의 '소사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려 시대까지는 이곳은 갯벌과 바다 갈대가 무성한 늪지대였다. 그러나 조선시대 때 이뤄진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 경작지로 변모했다. 옛길은 끊어진 것 같지만 논길을 따라 한참 걸어 평야 끝자락 소사마을에 이르면 다시 옛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소사마을 북쪽 고갯마루에는 대동법 시행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난 7년 전에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소사벌에 정착했다. 도농분위기가 풍기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과수원이 드문 드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아파트에 입주하여 바로 옆에 있는 공원에 가보니 자연저수지인 배다리 저수지(위 옛길 그림엔 '배다리 방죽'으로 기록되어 있다)가 있었는데 억새도 피어있고 철새도 날아와 참 좋았다. 지금은 내가 매일 산책하는 공간이다.
정착 후 2년이 지날 무렵인 2019년 1월에 난 대동법 시행 기념비를 찾아 '합리적인 납세, 김육을 생각해본다'는 글을 쓰기도했다. 당시엔 문정부가 이전 정부가 확보한 넉넉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나라빛(국채) 발행을 시도하고, 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과도하게 거두어 들임으로써 국민들이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에 불신과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합리적인 납세, 대동법을 시행한 김육이 떠올랐던 것이다.
또 집에서 불과 5Km정도 이격된 거리에 있는 도일동 원균의 묘에도 간 적이 있다. 원균의 묘가 있는 도일동은 원균이 태어난 곳이다. 이곳에선 이렇게 짧은 기록을 했었다. "평택시 도일동, 원균이 태어난 곳이다. 묘소, 사당도 이곳에 있다. 어떤 장군이었을까? 25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여진족을 정벌하고, 용맹했으나 공명심이 많았고 이순신 장군을 모함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칠전량 해전에서 조선수군의 대패, 본인의 전사. 후손들이 이곳 도일 마을 넓은 자연 연못이 있는 후사면 능선에 장군을 모신 것은 한때 조선 수군을 총 지휘했던 장군의 명예를 기리기 위함인가, 아니면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함인가?"
김육과 원균의 흔적이 있는 소사벌과 칠원 지역을 관통하는 옛길의 한 구간 '칠원길'에 대한 기록이 계속된다. 칠원길을 따라 내려와 남서 방향으로 아산을 지나면 온양이다.
"칠원길은 충남 보령까지 이어지며 왕이 온천이 있는 온양행궁으로 내려갈 때 이 길을 사용했다. 칠원에서 지금의 칠원1동으로 불리는 갈원까지 이어지는 옛길은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가마가 교행할 수 있는 폭 3m를 유지한 채 인적이 드문 구릉지와 논밭 사이를 지난다. 수백년 전 옛 길이다."
낮은 고개가 있어 정감이 가는 이 칠원길을 난 오산 갈 때 1번 국도보다 더 애용한다. 7년 전 나도 잘 몰랐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역사를 온양 온천에 와서 발견할 줄이야. 살면서 '소사벌'이란 지명이 예사롭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임금이 온천하기 위해 행차했고, 1번 국도가 생기기 전까지 오랜 세월 옛사람들이 걸었던 역사의 길이었다는 사실에 난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이곳 소사벌을 쉬이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240322,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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