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미국에의한 일본 개방의 역사 현장, 이즈반도

도보사랑 2024. 4. 19. 19:12

미국에의한 일본 개방의 역사 현장, 이즈반도

19세기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역사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운명을 갈랐던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조선은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를 거쳐 1876년 일본에 의해 강제 개방되었다. 강화도 조약을 통해 조선을 개방시킨 일본은 강화도 조약 22년 전인 1854년 미 페리 제독에 의해 개방되었다. 일본을 개방시키고자 미 흑선들이 나타났던 그 역사의 현장인 이즈반도에 왔다.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6개월이나 걸리는 먼 바닷길을 뚫고 와서 낯선 섬나라에 대포를 겨눈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고래'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 근해, 특히 혼슈 동해안에서 북으로 거슬러 올라가 북해도와 맞닺는 쓰가루 해협 일대는 고래 천국이었다. 쓰가루 해협을 지나면 바로 우리 동해다. 울산 방어진, 포항 앞바다에도 고래떼가 유영하였다. 당시 고래기름을 연료로 사용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성장산업이었던 포경업이 일본을 개항과 근대화의 길로 이끈 것이다.

어제는 대한민국 요코하마 영사관이 위치하고 있는 작은 언덕공원에 올라 에도만을 바라보았다. 일본 근대화의 동력이었던 철강, 조선 기지들과 요코하마 베이 브릿지, 높은 빌딩들이 한눈에 보이는 이 공원 언덕 역시 영국, 프랑스 영사관이 위치했던, 일본의 개항 역사가 숨어있는 곳이다.

오늘은 이즈반도 죠가사키로 향한다. 서양의 배들이 에도막부를 개방시키기 위해 수없이 들락거린 곳, 우리의 가덕도 앞바다처럼 숭어잡이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의 흑선들은 고래를 쫒아 흘러내린 용암이 아름다운 기암 절벽을 형성한 이 해안선(2019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재)을 오르내리면서 일본의 개방을 압박했다. 난 지난해 1월 강화도 광성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1871년 신미양요 때 광성보를 지키고자한 어재연 장군의 대장기인 수자기(帥字旗)를 상상했었다. 시간적으로 미국은 일본을 개방시킨 1854년보다 17년 이후에 강화도 앞바다에 나타난 것이다. 미국이 개방시키지 못한 조선을 일본은 미국을 받아들인지 불과 21년만인 1876년에 조선을 개방시켰다. 일본 근대화를 촉진시킨 21년의 시간 차이!

일본 100대 명승지 중 하나로, '이즈의 눈동자'로 불리우는 잇페키코 호수에 들렀다가 시모다(下田)로 향한다. 시모다는 200년 이상 계속되어온 일본의 쇄국이 막을 내린 장소로 미국 페리 제독의 흑선 흔적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모다엔 페리 제독이 이끈 흑선 총 7척이 상륙했다. 병력은 총 1,000여 명. 상륙한 병력들은 드럼을 치면서 로센지(了仙寺)까지 이동하여 1854년 3월 31일, 미 페리 제독과 일 도쿠가와 막부에 의해 최초 미일화친조약이 체결되었고 이후 미일 수호통상조약이 이곳에서 비준되었다. 로센지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엔 일본 내 최초 미국총영사관이 개설된 교쿠센지(玉泉寺)가 있다. 초대 총영사는 헤리스(Harris). 영사관이 개설된이래 페리가 일본에 요구했던 식량, 연료 제공은 상호 무역업무로 발전했다. 이곳엔 미 수병들의 무덤이 있고, 헤리스 기념관도 있다. 헤리스의 일기엔 "자기가 여기 온 이후부터 일본의 역사는 획기적으로 발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때 그 당시의 미일 화친의 장면과 미국이 영사 업무를 개시한 이래 일본이 근대화로 나아가는 과정을 상상해 보면서 이곳 저곳 모습들을 전부 담았다.

매년 5월 시모다에서는 페리 제독의 시모다 입항과 미 최초 영사관 개설을 기념하는 '흑선 축제'가 열린다.

한 나라의 운명은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선진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는 현명한 책략과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정책은 혜안과 통찰력, 역사에대한 소명의식을 가진 당대의 뛰어난 지도자에 의해 결정된다. 한일의 개방 역사를 통해 느껴본 감회를 말과 글로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20240417,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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