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단양 구경
단양에 오니 장날이다. 마늘석갈비, 마늘빵, 마늘닭강정, 마늘떡갈비, 마늘정식 등 식당마다 마늘 음식이다. 단양도 남해 이상으로 마늘산지인 모양이다.
점심으로 마늘석갈비를 먹었는데 향이 독특하고 매운맛이 강했다. 하도 마늘 음식이 많아 검색해보니 "내륙산간 석회암지대인 단양은 밤낮 간 일교차가 심하여 마늘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생산되는 마늘은 육쪽인 것이 가장 큰 특징" 이란다. 식사 후 장터 구경을 하면서 아내는 오가피순과 마늘빵을 산다. 쌉싸름한 오가피나물 무침이 맛있단다. 마늘빵은 간식으로 먹으면 좋고.
산수가 빼어난 단양의 비경 중 으뜸은 도담삼봉이라. 갈수기가 시작되는 시기라서 그런지 수량은 풍부하지 않으나 물 흐름은 유려하다. 건너 마을에서 걸어나온 사람이 배를 띄우고 그물을 걷어올린다. 고기가 많이 잡혔나. 옛 시대의 풍경이 살아있는 느낌.
조선왕조의 개국공신 정도전의 고향이 이곳 단양이고, 그의 호 삼봉도
도담삼봉의 경치를 좋아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는데 진즉에 삼봉 자신이 밝힌 것은 영주가 고향. 호 삼봉은 도담삼봉에서 따온 것이 아니고 동료 이숭인이 한양 삼각산(북한산)을 빗대어 불러주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배를 타고 시원한 호수 바람을 쐬고 싶어 장회나루로 왔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충주호)는 천혜의 절경이다. 자연호수가 아닌 계곡을 막아서 만든 충주댐으로 인해 생긴 인공호수라는 점에서 함양 인공조림인 상림이 생각났다. 육지 속의 바다로 불릴 만큼 소양호 다음으로 담수량이 큰 호수다.
장회나루 유람선을 타고 옥순봉, 구담봉, 금수산, 제비봉, 강선대, 옥순대교 등 경관을 즐감해본다.
퇴계와 두향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상상해본다.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는 시와 거문고에 능한 기녀 두향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두향이 단양군수로 부임해온 퇴계에게 축하 매화분을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두향은 단양을 떠나 풍기군수로 부임해간 퇴계를 그리워했다. 두향은 장회나루 건너편 강선대에 초막을 짓고 여생을 보내다가 퇴계가 타계하자 강선대에 올라 거문고로 초혼가를 탄 후 자결했다고 전해진다. 두향의 무덤도 그 자리에 있다고 한다. 퇴계가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은 "내 제사상에는 유밀과를 올리지 말라. 저 매화분에 물을 주거라". 뛰어난 유학자도 남녀간 사랑에는 보통의 인간. 절제와 소박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생명을 사랑한 거인의 유언.
청정한 공기, 아름다운 산수 만큼이나 있는 그대로의 순수와 절제 美를 안겨준 단양에서의 반나절.
20240426,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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