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하코네(箱根)

도보사랑 2024. 4. 19. 19:19

하코네(箱根)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를 중심으로 교토, 나가노, 센다이 방향으로 여러 길을 개설했다. 로마제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길이 곧 문명이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에도막부를 열고 새로운 길들을 개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혜안이 놀랍다. 오늘 그 중의 하나인 동해도(에도~교토)의 일부 구간인 '하코네 동해도'를 답사했다. 1601년 개설된 동해도는 에도에서 교토까지 약 490Km의 길로서 말 두필이 지나갈 정도의 폭이다. '하코네 동해도'엔 비와 햇볕을 피하기위한 삼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식재되어 있고, 바닥엔 걸음의 피로도를 줄이기위해 화산재의 잔돌과 부드러운 나무가지가 깔려 있다. 나름의 과학적 설계로 건설된 도로로 에도에서 교토까진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 약 40여 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개설된 여러 길엔 총 53개의 세키쇼(關所, 역참 기능을 겸한 검문소)를 두었는데 그중에서도 나가노현, 군마현, 시즈오카현,  가나가와현(하코네)에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세키쇼가 설치되었다.

이에야스는 습지의 황무지인 에도를 건설하면서 힘을 키워나갔는데 길을 통해 지방의 번주들을 적극 통제했다. 번주의 부인들을 인질로 잡아 번주들이 자신들의 자산으로 일정기간 에도에서 부인, 수하 부하들과 함께 머물게 함으로써 권력 장악은 물론 에도 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했다. 그리고 세키쇼를 통해 사람의 이동도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모든 힘과 중심이 에도로 집중되도록 했다.

오늘 찾은 '하코네 세키쇼'는 반입되는 무기(칼, 총)보다 에도에서 나가는 여자를 더 엄격히 단속했다고 한다. 아시노 호수를 통해 배를 타고 출입하는 인원을 감시하는 망루, 단속에서 검거된 사람들을 가두는 감옥, 단속 관원들이 생활했던 공간들이 당시의 고증자료들을 통해 잘 꾸며져있다. 에도막부의 통치 일면을 알수 있게 해준 좋은 역사의 현장이었다.

가까운 곳에 메이지 천황의 별장이 위치하고 있다. 맑은 날씨엔 눈덮힌 후지산(富士山)이 아시노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환상적인 곳이다. 일본의 근대화를 추진했던 메이지시대 천황은 이 별장에 머무르면서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하코네 산푸쿠토게 (三伏峙) 전망대에서 아시노 호수를 바라보았다.

미쿠니토게(三國峙) 전망대에선 구름속에서 선명하지 않은 모습을 내미는 후지산도 보았다.

오와쿠다니(大痛谷) 화산지대에선 유황냄새를 맡으며 80도 온천물에서 1시간동안 삶은 껍질이 검은 계란도 맛보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긴 세월동안 인내로써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히데요시 사후 7년간 평화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가 만든 길이 평화의 길로써 한일관계는 물론 최근 일본 기시다 정부와 북한과의 접촉과 관련하여 납치자 문제와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동북아 평화의 길이 되었음 좋겠다.

오늘 하코네에서 만난 역사의 길!

20240418,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