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축하 꽃
문예지에 제출한 수필 2편(상림과 가조도, 난중일기를 읽고)에 대해 지난 2. 13일 보내온 '당선 통보서'에 이어 어제(4. 20, 토) 계룡도서관 인산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필가로서 저의 등단을 축하해주는 신인문학상 수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미 등단하신 작가님들이 보내주신 귀한 축하 선물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연인' 대표님의 파카 만년필은 앞으로도 부지런히 글을 쓰라는 의미겠지요. 멀리 남쪽 꽃농장에서 재배한 싱싱하고 예쁜 꽃들은 오늘도 집 거실에서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군요.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맑은 마음과 순수 이성을 견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당선 통보에 이어 프로필, 사진과 함께 보내달라는 당선 소감과 어제 수상식에서의 저의 소감입니다.
[ 당선소감]
"갑진년 봄을 맞이하면서 훈풍같은 기쁜 소식을 접해봅니다.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문예지 '연인'에서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랜기간 군인의 길을 걸었습니다. 군인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전역을 앞두고 하동 섬진강길을 걸으면서 생각했습니다. '해야만 했던 1막의 삶에서 이젠 하고 싶은 2막의 무대에 서서 나를 사랑해보자'고. 하고 싶은 무대는 역사기행과 인문학 공부였습니다.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면서도 주말이면 역사의 현장,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찾아 다녔습니다. 2016년에는 인산편지를 만나 사유의 공간이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행운이 찾아왔지요.
함양 상림에선 사람이 만든 숲도 자연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인간정신과 고귀한 뜻은 자연과 닮았다는 사실을 안 것입니다. 숲을 보고나서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거제 가조도로 갔습니다. 저 세상의 별이 된 고교 선배의 고향 사등과 조선 수군이 전멸한 칠천량에서 가까운 그 곳, 섬의 섬 가조도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난중일기를 읽고선 한 인간의 치열했던 삶, 숭고한 정신을 오롯이 제 가슴 속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상황을 살피고 또 살펴서 이기는 삶을 살되 자신을 초월하고, 기록하면서 역사에 소명을 다한 충무공의 위대한 정신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실존의 창조, 글쓰기는 숭고한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그 대열에 서게 되었으니 계간 '연인'의 선배 작가 여러분들의 지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수상식에서의 소감]
"지난해 겨울 인산작가의 인문학 강의내용이 생각납니다.
글은 왜 읽는가? 문학은 왜 하는가?
그 답은 욕망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 desire)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글은 왜 쓰는가? 그 답은 항상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비본질적인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 즉, 실존(實存)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
저의 보잘 것 없는 글쓰기 시작에 '신인 작가상'이라는 큰 영광을 주셨네요. '연인' 신현운 대표님과 인산가족분들의 지지와 독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당선 소감에서 잠깐 말씀을 드렸지만 저의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저의 지난 군생활 33년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무대'에서의 삶이었습니다. 전역을 하고나선 제가 '하고싶은 무대'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인산편지를 만난 후 그 하고싶었던 무대의 깊이와 폭이 점점 커져왔습니다. 저에겐 큰 축복이었습니다.
실존의 창조, 글쓰기는 힘이 들고, 숭고한 작업으로서 작가가 된다는 것은 글을 통해 자신은 물론 세상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숭고한 대열에 저도 들어섰기에 오늘 이 자리에 계신 글쓰는 분들과의 귀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부단한 사유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독려를 부탁드립니다."
20240421,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