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9구간
총 21개 코스, 전체 157Km의 서울둘레길을 걷는 첫 발걸음을 9구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9구간은 수서 대모산~돌탑전망대~불국사~구룡산~매헌 시민의숲에 이르는 총 10.7Km의 거리. 오후 1시 30분 수서역 6번 출구에서 모인 친구들, 산행대장의 인솔하에 대모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주말엔 비가 온다는 예보이나 오늘은 맑고 기온은 20도 정도로 바람도 간간이 불어온다. 산 정상을 오르지않는 말그대로 능선 둘레길이라 힘들지 않는 가벼운 걸음이다. 간간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치는 아카시아 향기도 참 좋다. 돌탑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롯데타워, 저멀리 앞으로 걸을 북한산 봉우리들. 원(圓)을 그리며 한양을 가슴으로 안으면서 외곽으로 걷는 이 둘레길 걸음에서 앞으로 무슨 만남, 무슨 느낌이 쏟아질지..
높이 293m의 대모산(大母山)은 산의 모양이 늙은 할머니를 닮았다고 해서 할미산으로 불리다가 조선 태종 이방원과 그의 비인 원경왕후 민씨 묘인 헌릉(獻陵)이 산의 남쪽에 조성되면서 왕명에 의해 대모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세종도 소헌왕후와 함께 이곳에 묻혔다가 이후 경기도 여주로 이장되었다. 여주 영릉(英陵)에서 느껴본 감흥과는 달리 산은 낮지만 조선의 걸출한 두 군왕의 묘를 쓴 곳이라는 사실에 대모(大母)가 주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우린 북쪽 방향에서 올랐기에 남쪽 헌인릉을 보지 못했지만 산에 스며있는 역사의 향기는 그윽한 느낌이다.
나무와 식물에 조애가 깊은 친구는 말한다. 이곳에 아카시아 나무가 많아 양봉을 해도 되겠다고. 그리고 어릴 때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에 풀었다는 독성 있는 때죽나무, 이순신 장군이 무과 시험에서 낙마시 다친 다리 부목으로 사용했다는 오동나무를 가르키며 설명을 덧붙인다. 고려 공민왕 2년(1385년)에 세워진 유서깊은 절 불국사를 지나 구룡산(365m)에 접어드니 산행대장은 이 곳의 전설을 이야기한다. 옛날 임신한 여인이 용 열 마리가 승천하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치는 바람에 한 마리가 떨어져 죽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구룡산으로 이름 붙여졌고, 하늘에 오르지 못한 한 마리 용은 물이 되어 양재천이 되었다고. 아는 것도 많은 친구들이다. 느린 걸음 트레킹의 맛은 이런 대화속에서 나오는 것. 서울둘레길을 계획한 산행대장의 심오한 뜻을 알게된다. 앞으로 1년 넘게 걷게 될 이길에서 귀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종착지 매헌시민의 숲에 이르러선 저번에 가보지 못한 반대편 숲으로 가서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버마상공에서 피폭당한 KAL 858기 희생자 추모비, 6.25당시 평북, 서북도서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KLO 8240 유격백마부대 용사들 충혼탑을 방문하여 그들의 영혼과 충을 기렸다.
관리소에 가서 서울둘레길의 성공적 장정을 다지기 위한 첫 걸음의 증빙으로 스템프를 찍었다. 매달 2, 4주째 금요일에 걷는 서울둘레길, 다음은 우면산에서 시작하는 10코스이다. 선약으로 오늘 걸음에 동참하지 못한 친구들은 저녁식사 자리에 기꺼이 와 주었다. 오늘 서울둘레길 첫 걸음에 함께 걸었던, 걷지못했던 모두가 함께한 이 저녁자리가 더 없이 좋다.
헤어지는 시간, 청계산 밤공기가 깨끗하고 선선하다.
20240510,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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