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11구간(관악산 코스)
오늘은 사당에서 관악산 기슭을 거쳐 서울대까지 서울둘레길 관악산 코스를 걷는 날. 우리를 이끄는 산행대장 수명이는 카자스탄 트레킹을 다녀온지라 피로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오늘 둘레길 트레킹 계획을 다시 공지했다. 우린 한 주 정도 미루리라 생각했었다. 한 번 세웠던 뜻은 반드시 관철하고자하는 의지가 돋보이는 오늘 트레킹. 우린 햇볕이 따가운 날씨에 15시 30분 사당역 4번 출구에 모였다.
오늘은 비교적 짧은 둘레길이라 느긋하게 걷는다.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숲길에 들어서자 심호흡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일본 역사, 특히 임진란 당시 日의 적장 이야기가 재미있다. 임진란, 정유재란 당시 가토, 고니시, 시마즈의 행적, 철군 후 일본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 서로 알고 있는 지식을 공유해본다. 난 가토, 고니시, 시마즈에 대해 나름의 공부를 했기에 조일전쟁 후 일본의 정국과 관련한 세 인물의 처세, 그 행적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가토에 대해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의 관계, 구마모토성 축성 배경, 시마즈와 고니시에 대해선 큐슈지역 영지 확보와 세키가와라 전투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실을 들려주었다. 숲속 길을 걸으면서 서로 흥미를 가진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갖는 공감은 작은 기쁨이다. 우린 살아가면서 얼마나 같은 관심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지, 그리고 공감이 주는 기쁨의 가치는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세상을 보는 눈은 각자 차이가 있다. 세상을 품는 그릇의 크기도 각자 차이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품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난 고교 반 친구들이 사유하고 가슴에 품고있는 그 무엇을 내가 캐치하고 공감하는 순간에 작은 기쁨을 느낀다. 그 기쁨은 아련히 떠오르는 77년 그때 그시절의 추억이 겹쳐지는 아름다움이라고 단정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양은 너무 아름답다. 멀리 북한산이 경복궁을 품고, 목멱산이 그 사이 공간을 다시 품고, 한강수가 강남의 넓은 대지를 가슴에 안고 흐르는 우리의 수도. 이 한양 도성을 설계한 정도전이 다시 내 가슴에 피어난다. 10일 전 집에서 가까운 평택 진위에서 삼봉집 목판을 직접 구경한 그 감흥이 다시 살아난다. 이 아름답고 세계 최고의 입지를 갖춘 우리의 수도 서울을 사랑하고 지켜나가면 우린 반드시 세계 최고의 나라로 우뚝 설 것이다. 일본이 왜곡된 풍수지리로 우리를 폄하시킨 장난질은 가소롭기 그지없는 일이 될 것이다. 걸으면서 가져보는 이러한 상상은 우리 모두의 꿈으로 반드시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거란 대군을 물리친 강감찬을 기린 사당, 安國祠에 들렀다.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어지러운 이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지혜를 주세요'라고 빌었다. 오늘의 종착지 서울대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담아본다. 오늘 걸음 친구 중 서울대를 졸업한 친구는 2명. 수명 산행대장의 한마디에 우린 웃음을 터뜨린다. '공부로는 못가도 걸어서는 왔다!'. 걸어서 안 가본 산야가 없는 수명이의 삶을 동경하는 우린 서울대 명예졸업장을 주기로..ㅋ
오늘 식사는 서울대 인근 '정이 넘치는 집(情濫屋)'에서 병일이가 호스트했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병일은 서울대 입구에서 44년 후배 남녀학생이 우리들 모습을 찍어 주었기에 기분이 좋아 오늘 저녁을 낸다고 했다. 우린 유수같이 흘러간 그 시간속에 병일이의 캠퍼스 생활 추억이 고스란이 담겨있는 귀한 식사임을 잘 안다.
서울둘레길 걸음은 우리들의 추억을 회고하는 걸음이다.
* 사당역~관음사~낙성대~
안국사~서울대 정문
(6.3km, 2시간 30분 소요)
* 햇볕 강했으나
바람이 3~4m/s로 불었다. 전 구간의 90% 이상이 싱그러운 여름 숲길, 일부는 관악산 특유의 바위길로 간간이 터지는 조망과 함께
짧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어서 걷는 재미를 더해주다.
20240615, Song s y
'즐거운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둘레길 8구간(장지~탄천 코스) (1) | 2024.07.13 |
---|---|
서울둘레길 12구간(호암산코스) (0) | 2024.06.28 |
서울둘레길 10구간(우면산 코스) (0) | 2024.05.26 |
서울둘레길 9구간(대모 구룡산 코스) (0) | 2024.05.13 |
2024 앵초 (0) | 2024.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