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풍수전쟁'을 읽고
소설은 (윤)대통령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문자,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와 일제 식민지시대 '조선의 풍수'란 책을 발간한 무라야마 지준의 스승 다이이치가 조선에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저주를 걸기 위해 묵지 위에 쓴 여덟 자의 검붉은 글씨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執萬縮高鮮)'이란 글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두 주인공(대통령실 근무 김은하수와 인문학 공부만 해온 백수 이형연. 두 사람은 대학 동기다)이 이 의문스런 두 글의 뜻과 그 비밀을 캐 나가는 과정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기회가 되면 직접 책을 읽어가면서 상상을 동반하여 그 재미를 맛보면 좋겠다.
단지, 이 소설이 갖는 주제, 즉 작가가 독자 또는 (윤)정부에 던지는 문제 의식만은 언급하고 싶다.
첫째, 첫 의문의 글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는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국가 소멸론까지 나오는 우리나라 인구 감소 문제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세계의 여러 연구소가 내놓은 미래 전망에서 한국이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왜 역대 정부들은 나라의 미래에 치명적인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는지. 혹여 집권 정부가 아무리 잘해도 짧은 집권 기간에 전혀 흔적이 남지 않고, 또 아무리 못해도 그 또한 전혀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 문제라고 인식한 것은 아닌지.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 또한 큰 문제다. 북핵, 재정파탄에 이어 인구 문제는 (윤) 정부에게 넘겨진 최악의 유산이다. 출산율 0.7%를 기록하고 있고, OECD 국가 중 꼴찌를 3년째 계속하여 인구소멸국 1순위 후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대한민국. 작가는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주인공의 말을 빌어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한다. "대한민국 영업사원으로 뛰는 모습도, 일고의 흔들림없이 불법을 응징하는 단호함도 존경합니다. 하지만 대통령님께서는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완전히 손을 놓고 계십니다." 이 일침은 인구문제가 반드시 풀어내어야 할 최우선 국가과제로서 만약 해결의 물꼬를 트지못하면 지적한대로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가 실현되는 것이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들(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과 경제적, 인구적 공동체(EAU) 결성을 주장한다. 대한민국이 단일 민족 국가의 틀을 벗어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나또한 일리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두 번째 의문의 글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執萬縮高鮮)'은 우리의 영토, 국경선에 대한 일종의 주술적, 주문 같은 글이다. 두 주인공은 끝내 이 글 첫자 회신령이 어디인지 찾아내는데 작가는 그 과정을 아주 흥미롭게 그려낸다. 우리의 지난 역사, 특히 고려말의 역사를 알면 그 상상력의 폭은 더욱 깊어진다. 회신령은 명이 고려의 국경선으로 못박은 철령지역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진짜 철령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함경도와 강원도가 접하는 지역이 아닌 만주 요동지역에 있는 곳인데 日의 풍수사 다이이치와 총독부, 조선사편수회가 비열한 음모로 우리의 영토를 줄인 것이다. '회신령집만축고선'은 한마디로 '고려와 조선의 국경을 철령에 잡아매어 영토를 줄여라'는 뜻이다.
80년 넘게 고려의 국경선이 의주에서 부터 원산까지임을 배워 온 우리. 아무 것도 모른 채 역사를 강탈당한 한국인. 책상에 앉아 지금도 철령의 위치를 강원도로 받아 적는 학생들.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것은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짓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든지 스스로를 깊숙히 돌아보면 반드시 역사를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마주칠 때 마다 중국이 큰산으로 보이고, 일본에 형편없이 구부러지고 축소된 모습이면 제대로된 우리의 본모습이라고 할 순 없다.
풍수전쟁, 다 읽고나니 주술적, 미신적인 풍수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고 우리의 미래 생존의 문제, 비툴어진 역사를 바로잡고자한 하나의 역사전쟁에 관한 글임을 알게되었다. 현재에 굳건한 발을 내딛은 상태에서 과거를 바르게 알고, 미래를 통찰하는 혜안을 가지면 개인은 물론 국가도 발전할 것이다.
작가는 유독 전쟁(미중전쟁, 글자전쟁, 풍수전쟁 등)이란 용어를 사랑하고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글을 쓴다. 우리의 문제와 역사전쟁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본다.
20240530,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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