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8구간(장지~탄천 코스)
오늘은 서울둘레길을 걷는 날. 최근 날씨는 변동성이 심해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특히 국지적으로 기습적인 비를 뿌리고 있어서 수명 산행대장은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주시하면서 날씨에 맞는 코스 선정에 고민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13구간 안양천 상류 코스(18.2Km)를 걷는 것이었는데 비와 습도, 거리를 고려하여 비교적 짧은 거리인 8구간 장지~탄천 코스를 걷겠다는 최종 통보. 이 구간은 올림픽공원역에서 출발하여 오금1교~성내4교~장지교를 지나 탄천을 타고 수서역에 이르는 약 9.5Km 거리에 해당되는 길이다. 송파구청에서 개발한 송파둘레길(전체 21Km) 일부를 걷는 길이라 할 수 있다. 트레킹 하루 전날 "내일 트레킹 시간의 기온은 31도, 풍속 2~3m/s, 습도 50~55로 나름 괜찮을 듯 하다. 창이 넓은 모자와 여분의 상의와 수건, 식수와 행동간식 약간을 준비하면 될 듯. 그리고 트레킹 시간대에 소나기 예보가 있기에 스틱 대신에 우산, 우의를 가져오고, 갈아 입을 옷, 스마트폰 등은 비닐봉지에 싸서 베낭에 넣어주기를 바란다"는 수명대장의 문자가 왔다. 트레킹을 이끄는 대장의 세심한 마음씀에 감사하며 우린 편안한 마음으로 올림픽공원역에 모였다.
수서 방향 서울둘레길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성내천을 따라 걷는다. 흙길은 아니지만 인조잔디를 밟는 듯한 부드러운 보도(步道)다. 다양한 꽃들과 수초가 싱싱한 기운을 뿜어 내고, 흐르는 물도 깨끗하여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벤치와 바위 방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깅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동심 장독대', '송파 백중놀이' 등 지역알리기 전시물들도 보인다. 아스팔트 길에선 '서울둘레길' 방향 표시판이 길바닥에 판화 같이 새겨져있다. 건강을 위해 걷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서울 행정, 이만하면 세계에 내어놓아도 자랑할만한 으뜸 수도의 모습이 아닌가.
성내천을 지나 장지천에 이르기 전 거여동에 도착하니 이곳의 인물, 임경업 장군을 소개하는 역사 스토리가 표지판에 새겨져 있다. 장군이 하늘에서 내려온 용마를 얻은 천마산, 장군의 출생 설화가 있는 문정동, 백마에게 물을 먹였다는 마천동, 장군이 농(籠)을 열어 갑옷을 얻었다는 개롱, 투구를 쓰고 군장을 갖추었다는 투구봉, 장군이 군사들과 휴식을 취한 곳이라는 장사바위. 조선 인조 이괄의 난(1624년)때 큰 공을 세웠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당시 큰 활약을 하였으나 김자점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생을 마감한 비운의 인물. 이곳 가까운 곳에 남한산성과 치욕의 현장 송파 삼전도가 있고, 몇 백년이 흘러 남한산성 아래 정예 한국군 특전사가 위치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임경업 장군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이곳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우린 잠시나마 그를 기리고자 장사바위 앞에서 단체 사진을 담았다.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장군의 높은 이상과 뜻을 잊지 않는 국가의 최후 보루 軍이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
편백숲이 우거진 시원한 그늘길을 지나 장지천을 따라 내려오다 탄천을 만난다. 탄천의 순 우리 말은 숯내(숯처럼 검은 개울)이다. 갈래길 입구 표지판엔 탄천의 유래에 관한 설화로 '삼천갑자 동방삭'이 소개되고 있다. 하늘의 뜻을 어기고 삼천갑자(18만 년)나 살고 있는 동방삭을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저승사자가 이곳 탄천에서 잡았다고. 동방삭에겐 탄천이 저승길로 들어서는 문이구나. 그리고 강원도에서 생산된 목재들을 한강을 타고 가져와서 이곳 탄천에서 숯을 구웠다고 한다. 능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광주군 분원에서 도자를 생산하기 위해 부족한 목재를 수로를 통해 강원도에서 가져왔듯이 숯의 대량 생산지로 한양에서 가까운 이곳이 적소라고 생각해 본다. 지금은 탄천이 아닌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흥미있는 사실들을 만난다. 매일 탄천을 걷는 시민들이 한번 쯤은 그 역사를 만나보면 좋겠다.
우린 오늘도 변함없이 걸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민정책과 관련하여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점, 우리의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시급성, 일본과 우리의 조선 기술의 차이점 등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중 한가지만 말해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고의 군함(항공모함)을 건조한 일본의 조선기술이 지금은 왜 우리보다 뒤졌는가? 그 정답을 얻으려면 이 분야에 해박한 친구 정주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난 100% 정주의 견해에 공감했다. 걸으면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일거양득이며 소확행이다. 그래서 우린 2주마다 서울둘레길을 걷는다.
탄천이 보이는 종착점에서 마지막 모습을 담고 8구간 인증 스템프를 찍었다. 식사는 인근 유명 식당 '사위집'에서 낙곱 전골로, 식사 후 변함없이 스벅에서 다음 둘레길 일정과 둘레길 21구간 완보 후 발간할 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올림픽공원역~오금1교~성내4교~장지교~탄천~수서역(9.5km, 2시간 25분 소요)
*장마철 일기 예보가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큰 비가 올 때를 대비하여 위험이 적은 상기 코스를 선택함. 덥고 습한 날씨를 예상하였으나 나름 괜찮은 날씨속에 무난한 트레킹이었음
20240712,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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