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12구간(호암산코스)
오늘은 서울둘레길 12구간, 호암산 코스를 걷는 날. 관악산공원 입구에서~삼성산 성지
~호압사~석수역까지 약 7.4Km 구간으로 관악산과 삼성산, 호암산 기슭을 걷는 길이다. 수명대장은 3일 전 '트레킹 당일의 최고 기온은 30도,
바람은 2m/s로 불고, 습도가 낮아서 비교적 괜찮은 트레킹이 가능할 듯 하다'고 사전 정보를 고지했다. 하찮은 것 같지만 계획된 일정을 앞두고 멤버들에게 참고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그 정성이 고맙다. 이 나이에 아직도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주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수명이의 성공적 삶의 비결을 보는 것 같아 배움을 얻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 직장에서 롱런을 하면서 전문가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신뢰 구축으로 주위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것임을 오늘 또 실감해본다. 수명인 대학졸업 후 금융 한 분야에서만 자기 생(生)을 바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면서 큰 수익을 준 경우가 많다. 변함없는 믿음속에 고객들에게 재테크 기회를 주고 그 분들이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며 사는 친구다. 시간을 다투고, 경제 정보에 민감해야 할 바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전국 이름난 산을 전부 답보한 수명이다. 매일 집에서 강남 직장까지 도보로 출퇴근하는 그 습관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오늘 둘레길 트레킹을 인솔하기 위해 일을 오전에 몰아서 처리하고 관악산공원역으로 왔다.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담고 보덕사 방향으로 걷는다. 더운 날씨에도 공원과 둘레길을 정비하는 분들의 노고, 저분들이 계시기에 전국 산야에 둘레길이 조성되고, 국민들의 건강도 지켜진다. 이색적인 표지판과 나무에 매달린 주황색 리본으로 바른 길을 알려주는 대한민국 둘레길, 이 정도면 선진국 수준이 아닌가.
보덕사 근처 숲길에 이르니 산행대장은 말한다. '월악산 하봉 가기 전 보덕암내 보덕굴이 있는데 그 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사진을 찍으면 정말 환상적인 모습이 나온다'고. 가보진 못했지만 언젠가 월악 하봉~중봉~영봉을 오를 때 꼭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듯 삼성산 기슭으로 들어와 천주교 삼성산 성지에 이른다. '삼성산 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새남터에서 순교한 성 앵베르 주교와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의 유해가 안장된 교회 사적지'라고 표지판에 씌어져있다. 우리 땅에 천주교가 들어온 이래 수 많은 순교자의 피가 뿌려진 조선말의 역사, 난 당진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와 해미읍성, 공세리 성당 등 그 박해의 현장을 탐방하면서 순교가 주는 종교적 신념에 대해 사유를 한 적이 있다. 이 서울 근교 삼성산 성지가 그 기억을 되살려준다. 인간의 길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죽음을 택할 것인가? 눈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히 걷지말라는 현자의 고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호암산 호압사에 이른다. 조선 개국에 있어서 한양에 궁궐이 건립될 때 관악산의 불(火) 기운을 누르고자 광화문에 해태상을 세우고, 숭례문 편액의 숭(崇)자 위의 뫼산(山)자를 불꽃이 타오르는 불화(火)의 형상으로 표현을 했고, 또한 삼성산~호암산의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자리에 호압사(호랑이를 제압하는 사찰)를 창건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절 주위 우거진 숲의 공간엔 산행인들이 여유롭게 그늘과 바람을 즐기고 있다.
오늘 걸은 둘레길은 일명 '도란 도란 걷는 길'로 통칭되고 있다. 우리들도 도란 도란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식물도감 같은 지식을 가진 병일이는 오늘도 공원 입구에서 부터 능소화, 수국, 접시꽃, 수레국화 등을 사진으로 담고 꽃말도 이야기했다. 나이 들어 자연과 식물에 애착을 느끼는 우리들이다.
호암산을 내려와 오늘 둘레길 인증 스템프를 찍고 그늘 벤치에 앉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즐겨본다. 우린 베이비붐 시대의 사나이들. 젊은 시절 마음껏 일에 청춘을 바쳤고, 가족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아직도 노동하고 싶은 의욕이 충만하지만 그 노동엔 지금같이 조금의 여유가 스며있는 노동이면 좋겠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땐 총을 들고 전장에 뛰어들 각오도 한다. 북러 군사동맹과 한반도 안보, 타이완 정계의 불안과 TSMC의 미래, 국내 양아치 정치에 대한 비판 등이 오늘 도란 도란 길에서 서로 나눈 대화다.
저녁은 어머니 손맛처럼 맛있는 두루치기집에서 나이 지긋하신 남주인장의 느긋한 서빙을 고마워하면서 즐겁게 먹었고 식사후엔 예외없이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며 다음 둘레길 일정을 논의했다.
*관악산공원역~삼성산성지~호압사~석수역(7.4Km, 2시간 43분 소요)
*지난 구간들처럼 따가운 햇살을 피한, 시원한 숲길의 연속이었으며 트레킹 내내 30도 이르는 높은 기온이 유지되었으나 습도가 낮고 적당한 바람이 불어와서 트레킹에는 나름 괜찮은 환경이었다.
20240628,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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